마녀로 몰려 화형 당한 애슐린은 온몸을 뒤덮은 불속에서 맹세했다. 다시 태어나면 반드시, 반드시 황제에게 복수하고 말리라. 셀윈력 1446년. 이제 품격 있는 귀족, 애슐린 그린우드의 파격적인 복수가 시작될 차례다. *** “…오늘따라 재밌게 구네, 너.” 희대의 악녀, 애슐린 그린우드를 처형시킨 폭군이 환하게 눈을 접으며 말했다. 애슐린은 자신을 죽음까지 몰고 갔던 황제를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한때는 그를 사랑했으나, 이제는 그를 원망한다. 한때는 그의 연인이 되고 싶었으나, 이제는 그와의 인연을 끝장내고 싶었다. “신의 폐하께서는.” 한번 말을 끊은 그녀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오늘따라 더 어리석게 구시는군요.” 황제가 제 턱을 우악스레 움켜쥐자, 애슐린은 보란 듯이 입매를 끌어올렸다. “설마하니, 제가 폐하를 배신하기라도 할까 두려우신 겁니까?” 형형한 안광이 깃든 황제의 눈. 그 매정한 눈 속에 드디어 애슐린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