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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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작부인이 나였다

세상을 멸망시키는 괴물 공작, 그가 가면을 쓰고 다가왔다. 가면을 벗기 전에 달아났어야 했다. 그가 찾는 부인이 나였기에. * 두려워하겠지. 이제 비명을 지를 것이다. 한없이 무서운 괴물을 마주한 것처럼. “진짜 꽃잎처럼 예뻐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동그란 머리가 갸웃하며 왼쪽으로 기울었다. 빗물에 젖은 녹안이 다시 유리의 목에서 가슴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벗은 모습을 봐도 될까요?” 그 순간 유리의 얼음 같던 얼굴은 금이 가버렸다. 예상치 못한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 머리가 다른 의미로 폭주하고 있었다. * 유리의 손이 깃털처럼 가볍게 세이의 가는 목을 타고 내려왔다. 그의 긴 손가락이 목까지 잠가 놓은 단추를 툭 하고 풀었다. “뭐... 뭐하시는 거에요.” “제가 잠가 놓은 단추를 푸는 겁니다.” “아니, 그러니까 이 심각한 순간에 왜 단추를 푸시는지... ” 서로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렸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서로의 시선이 얽혀들었다.

다들, 대공비만 찾는다

괴물이 되기 전, 탑 층에 갇힌 대공비로 빙의했다. 그런데 영지가 망하고 있었다. 모두 너무 꼬질꼬질하고 말랐다. 밥도 챙겨 먹이고 물도 구해주고 했을 뿐인데, 나만 찾는다. 대공비를 경계하고, 철벽같던 대공도 나를 찾기 시작했다. * 대공이 벽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었다. 그러자 그의 그림자가 침대 프레임을 넘어왔다. 그가 앉으면서 침대가 눌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당황했다. 설마… 대공이 옆에서 자려는 것은 아니겠지. “대공과 대공비는, 잠을 따로 잤다면서요.” 대공과 대공비는 같은 침실을 쓴 적이 없었다. “첫날밤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 계약에 있었고요.” 그런데 왜 그는 침대에 앉는 것일까. “지금까지는 그대 마음대로 다했지. 그럼, 이제 내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나.” 눈 밑까지 끌어올린 이불을 꼭 쥐었다. 철벽같은 대공이 갑자기 훅 들어오고 있었다. 큰일이었다. 사랑은 아직 할 줄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