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파문하든가.” 양아치 짓을 일삼는 텔룬 제국의 성녀, 헬레 트라비아. 헬레가 거지 같은 신전에서 파문당하기 위해 애쓰던 어느 날 새벽, 마수 토벌을 앞둔 하이델 대공이 그녀를 찾아왔다. “정확히 1년 뒤 이혼해주지. 그러니 그대는 그 기간 동안 플루타로스에 성력을 제공하면 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자신을 괴롭히던 신전과 가문에서 벗어날 수 있고, 1년 동안 대공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으니까. *** “내가 예쁜 짓을 하면, 예뻐해 줄 건가? ……아니, 내가 막 예쁜 짓을 하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딜런이 조금 구차하게 물었다. 결혼 전 작성한 계약서에 그를 예뻐해 준다는 항목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답을 고민하던 헬레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글쎄요. 얼마나 예쁜 짓인지 보고 생각해볼래요.”
나는 남자 주인공의 죽은 첫사랑이다. 남주와의 접점을 차단해 성공적으로 죽은 첫사랑 포지션에서 벗어난 어느 날.“돈 보내줄게. 계좌번호 알려줘.”“넌 무슨 전화번호보다 계좌번호를 먼저 물어봐?”원작에선 만날 일이 없던 서브남주 우선율과 친해졌다.“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꽃 물들인 게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던데.”나는 그의 손톱을 쳐다보며 물었다.“너 봉숭아 물들였었어?”“아니. 지금 할 거야.”“지금? 어떻게?”봉숭아꽃은 다 졌을 텐데?“첫눈 오기 직전에 하려고 다X소에서 키트 사놨어.”그, 그렇게까지……?뭔 놈의 첫사랑이 그렇게 간절하냐.그런 의문도 잠시. 나는 녀석에게 고백받은 뒤 죽었다.다시 눈을 뜬 곳은 내가 아는 역하렘 게임 속 세상.남주 4번의 여동생이 된 나는 남주 3번 ‘로에스 몬테인’을 만나게 되는데…… 이 게임 캐릭터에게서, 내 친구의 기운이 느껴진다.하지만,“기억해라. 캐플라이드는 제국의 악이라는 것을.”“명심해라. 몬테인은 역사에서 사라져 마땅하다는 것을.”나와 녀석이 속한 두 가문은, 옷깃만 스쳐도 안면으로 주먹이 마중 나가는 사이.야, 우선율아.우리 큰일 난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