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간장
파간장
평균평점 3.67
다른 남자 아이로 키우겠어
3.67 (3)

“내 아내가 되고 싶다면, 밤낮없이 내 침실에서 후계자를 낳을 수 있게 노력해.”   살르의 왕녀인 히나엘은 만삭인 상태로 남편에게 죽임당했다. 그렇게 생이 끝난 줄 알았지만 사선을 넘어 2년 전으로 돌아왔다.   이번 생에선 뱃속의 내 아이를,  <다른 남자의 아이>로 키울 것이다.   절박한 순간 그녀를 구원해 줄 남자가 떠올랐다. 전쟁귀라 불리는, 장차 트리카스 제국의 황제가 될 루츠 비안트.   “할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패기 넘쳐서 좋군.”   살아남기 위해, 히나엘은 아내의 의무를 다하기로 하는데……. * * *   “내일 못 걸을 수도 있어.” 처음에는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얼마나 거칠어질지 나도 잘 모른다는 말 잊었나?”   거래로 맺어진 관계인데도, 그는 첫날밤부터 믿기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흥분했다.   “내 몸이 평소와 달라서 통제가 안 돼. 후우…….”   그땐 몰랐다. 그가 왜 이렇게 짐승처럼 날뛰는지.

버려진 성녀의 하룻밤

“추악한 요녀 주제에 어딜 도망가려고?” 왕국민의 사랑을 받던 성녀, 루실리아 테네리가 하루아침에 요녀가 되었다. 요녀를 잡아들이라는 교황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수도원은 더 이상 성역이 아니었다. 예리하게 벼린 검이 그녀의 목을 겨누려는 그때,  “방금 국왕 폐하께서 테네리 후작 각하의 영애와 혼인하도록 혼인 허락서를 내리셨습니다.” 새벽바람을 타고 묵직한 음성이 선명하게 귓바퀴를 감쌌다. “적에게 자신의 아내를 내주는 사내가 어디 있습니까?” * * * “인생 제대로 꼬였군.” 딸을 살리려는 테네리 후작의 노력은 풍파가 되어 고스란히 아론을 덮쳤다. 겨우 능력을 입증했더니만, 또다시 저 여자로 인해 바닥에 주저앉으라고 한다.  “각하의 명이었습니다. 귀한 따님을 지키기 위해 가신이 마땅히 지켜야 할 충성을 요구하셨지요.” 강제로 혼인한 요녀를 절대로 공주님으로 떠받들 생각일랑 없었다.  공주는커녕 걸림돌에 지나지 않는 그녀를 무시하고 냉대하던 어느 날. “나를, 욕망하는구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그녀가 아론의 진심을 엿본다. “왜 저와 밤을 보내지 않아요?”  한때 성스러움의 상징이었던 성녀의 입에서 나올 만한 표현이 아니었다. 줄곧 무감함을 유지하던 아론의 동공이 속절없이 요동쳤다. 일러스트: 연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