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운명을 맞바꾸는 힘을 가진 오델리나. 왕의 명령으로 전쟁 영웅인 라펠레와 지하 감옥 범죄자의 운명을 뒤바꾸기 위해 라펠레의 저택을 찾는다. 그런데 이 사람, 자존심이 뭐가 이렇게 세? 시한부인 라펠레의 목숨을 구해 주겠다고 했더니 타인의 목숨과 바꿔서까지 살아갈 이유를 모르겠단다. 드높은 자존심도 알겠고, 고고한 철학도 잘 알겠다. 하지만 오델리나도 가문의 영예를 위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곳은 없다. 어쩔 수 없지. 당분간, 이 저택에 얹혀살면서 계속 설득하는 수밖에. * * * 나는 결국에 이런 제안을 입에 담고 말았다. “차라리 제 운명과 맞바꾸는 건 어때요?” 일단 살리자. 이 운명을 다시 어떻게 양도하는지는 뒤로하고라도.
“감히 내게서 뭘 바란 거지? 사랑?” 책 속의 남주는 순정적이고 다정한 황제였다. 그리고 여주 아일리에는 부족함 없는 사랑과 행복한 황성 생활을 즐겼다. 그런데 아일리에에 빙의한 내가 마주한 이는… 이 쓰레기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리 망상 속에서 사는 게 즐겁다면 황후도 다른 남자를 들이면 될 일이 아니야?” 사람들 앞에서는 뻔뻔하게 사랑꾼 연기를, 사실은 다른 여자를 침대로 끌어들이는 이 사내는. 1년이나 이 부조리를 견뎠건만, 결국 아일리에는 비참하게 죽음을 맞는다. ‘왜 내가 그 인간들보다 먼저 죽어야 해?’ 끝을 보고서야 머리를 치든 억울함을 마지막으로. * * * 황제의 외도를 목격한 다음 날로 돌아온 그녀. 이제 신뢰와 사랑을 구걸할 정성 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는, 당신의 발밑을 천천히 부숴 버려야지. “단 한 번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 없어.” 당신에게 그 어떤 이유가 있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