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손자만 합쳐서 스물이 넘는 체사프 대공. 그에게 드디어 손녀가 생겼다. 그리고 나는 그 손녀로 환생했다. “이 세상 모두가 네 이름을 축복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전생에 딸이라 사랑받지 못했던 나는, 어느새 딸이라는 이유로 가장 사랑받는다. *** “딸아이라고?” “예, 전하.” “아들이 아니고?” “그, 그렇습니다.” “그럼 손녀인 건가?” 세 번이나 반복되는 같은 질문에 집사는 혹 대공이 아들이 아니라 불쾌한 건가, 싶어 조그맣게 답했다. “그렇습니다.” “…알겠으니 나가보게.” 잘못 들은 게 아니다. 손녀가, 체사프 대공가에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풋….” 대뜸 실성한 사람처럼 툭 튀어나온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으하하하!” 소파 위를 온몸으로 뒹굴며 발차기를 해대는 모습은 나이 지긋한 대공 가문 가주라곤 요만큼도 생각할 수 없는 행태였다. 하지만 대공은 그게 무슨 대수냐는 듯 오히려 소파 위를 스프링처럼 통통 튀어 다녔다. 바야흐로 체사프 대공가에서 가장 사랑받을 유일한 손녀딸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