뱐
평균평점 2.00
막장 아카데미물 남주들과 자꾸 엮인다
2.0 (1)

남주들이 여주에게 집착하는 피폐 아카데미물에 빙의했다. 적당한 마법 재능도 타고 났겠다, 나는 아카데미 생활을 조용하고 무난하게 끝낼 예정이었다. 누가 막장 소설 아니랄까 봐 기를 쓰고 피해 다니려 해도 온갖 이벤트가 발생해 자꾸 내게 들러붙는 남주들만 아니었다면.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건 네가 처음이야. 신선하군." "미친놈." 조별 과제를 땡땡이쳐서 걷어찼더니 날 이렇게 대한 건 네가 처음이야를 시전 하는 능글맞은 황자, 칼릭스부터. "넌 왜 나를 두려워하지?" '수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람 묻어 버릴 텐데 그럼 안 무섭겠냐.' 다정하고 상냥한 척 하지만 실제론 차갑고 냉정한 성격에 인성도 반 바퀴 돌아버린 미래의 마탑주, 이안. "빵, 더 만들어 줄까?” “……응.” 무뚝뚝하고 듬직한 게 요리도 잘해서 그나마 마음에 들지만 얘도 결국엔 집착남이 될 운명이다. 아, 이름은 레오. 쉴 새 없이 빵빵 터지는 사건들을 헤쳐 나가는 사이, 정신 차려 보니 남주들과 전부 친해졌다. 그래, 남주들과 친구가 되면 또 어떻겠나. 나는 결국 원작 따위 신경 쓰지 않은 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기로 했다. 물론, 미친 남주들의 나를 향한 본격적인 집착은 덤이다.

그녀가 악당을 돕는 이유

"왜 날 돕는 거지?" "네가 날 죽여줬으면 해서." 원작 여주의 친구 역할로 빙의한 벨로나는 현재 회귀만 21번 반복하는 중이었다. 무한히 반복되는 삶은 벨로나를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그래서 그녀는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도하기로 했다. 반복되는 회귀 동안 자신을 몇 번이나 죽였으며, 이미 반쯤 미쳐 있는 원작 최대 악역, 데미닉을 돕기로. "난 네가 끝까지 멀쩡하게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어쩌면 네가 온전히 승리하는 미래야말로 내겐 영원한 안식일지도 모르니. *** 하지만 벨로나는, 그녀의 구원이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나를 사랑하지 마, 데미닉. 나는 네 사랑을 되돌려줄 수 없어." "그럼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너를 항상 사랑할게. 절대 너를 잊지 않을게." 데미닉은 회귀하게 되면 모든 기억을 잃는다. 지금까지 그랬듯 몇 번이고. 벨로나는 그런 그와 사랑에 빠졌다가 또다시 되돌아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데미닉과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너와 함께하는 이 삶이 가장 찬란한 마지막 삶이었으면 좋겠어, 벨로나." "바보야, 넌 네가 하는 말의 무게를 몰라." 그럼에도 이 지옥같은 회귀의 늪에 함께 뛰어들겠다는 절절한 고백은 벨로나가 그 어느 때보다 삶에 미련을 갖게 만들었다.  "내가, 꼭 그렇게 되게 만들 거야." 오롯이 자신만을 눈에 담는 데미닉을 바라보며 벨로나는 자신도 이미 그와 사랑에 빠졌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