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녀와 결혼한다고 예언해라.” 너무 완벽해서 혹은 너무 불운한 일들이 많아서, ‘재수 없는 황제’로 불리고 있는 루이빌. 그에게 결혼은 저주를 풀고자 하는 도구이며, 사랑은 그저 약점이었다. “예지몽을 꾸는 예언가, 아니에르라고 합니다.” 그의 앞에 홀연히 나타난 구원자, 아니에르. 맨몸으로 그를 위험에서 구한 그녀는 모태솔로인 데다, 결혼을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비혼주의자였다. “마지막 마녀를 찾으면 바로 죽이실 겁니까?” “아니.” “그럼 역시 감옥으로 보내서 고문을 먼저……?” “예언대로 마녀와 결혼할 거다.” “네?” 그런데 아니에르는 청혼인 양 청혼 아닌 청혼 같은 말을 듣게 되는데. 바로 그녀가 다름 아닌 마지막 마녀였던 것이다. 절대로 결혼당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남자, 은근히 까칠한데 자상하다?!
실종된 오라버니를 찾기 위해 사촌언니의 약혼자를 유혹했다. 사교계에서 유명한 바람둥이이자 황제의 동생, 에르곤 공작. “당신이 그렇게 대물이라면서요?” “…….” “대답이 없으시네요? 설마, 아닌가요?” “……아니라곤 안 했는데.” “아.” 아그네스가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제 쇄골을 쓰다듬었다. 자연스럽게 에르곤의 눈길이 따라왔다. 아그네스는 사르르 눈가를 접으며 그에게 가슴을 바짝 붙였다. “전 여기서도 괜찮은데.” 명백한 도발이었고,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에르곤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불꽃이 피어올랐다. “겁이 없군.” *** 그런데 이 남자 어째 알면 알수록 바람둥이와는 거리가 멀다? “스킨십 싫어하시나요?” 제국에 둘도 없는 바람둥이가? “들켜버렸군.” 성의 없게 중얼거린 에르곤이 아그네스의 어깨를 밀었다. 에르곤은 상체를 숙여 그녀에게 올라탔다. “너…… 정체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