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브라탑에 반바지 레깅스를 입고서 긴 생머리를 위로 질끈 묶은 여자의 눈빛은 강렬했고 헤드기어를 뚫고 나온 굵은 땀방울은 하얀 그녀의 얼굴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언제 왔어? 이렇게 한가해도 되는 거야?” “또 잔소리하려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어쭈, 코 찍찍 흘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너 많이 컸다.” “누나, 언제 적 얘기를. 이렇게 근육이 탄탄한데. 이제부턴 나만 믿어. 내가 누나 보호해 줄 테니까.” “또 까분다. 내 몸은 내가 지켜.” 근육질의 팔뚝을 대뜸 보이며 장난을 치는 태진의 머리에 군밤을 날리며 예련은 샤워실로 들어갔다. ‘나도 이제 다 컸어, 누난 언제까지 날 어린아이 취급하려는 거지?’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예련을 태진은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하진을 쏘아보던 희련이 아무 말 없이 매몰차게 하진의 손을 뿌리쳤다. 이대로 물러날 마음이 없던 하진이 희련의 팔을 다시 잡아당겼다. “이거 놔요.” “그만 해요.” “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 차 좀 태워줬다고 이러는 거라면 나중에 다 보상할 테니까.” “당신만 다쳐요. 이러면.” “내 마음은 이미 다쳤어요.” 뜻밖이었다. 희련의 말에 하진이 멍하니 빗속에서 울먹이는 희련을 쳐다봤다. “너 저 여자 좋아하지?” “무슨 소리야.” “그래? 그럼 내가 좋아한다.” 술에 취했으면서도 희련에게 첫눈에 반한 하민이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 같은 눈빛으로 희련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랬다. 하민은 지금껏 자신이 가지고 싶어 안달했던 여자를 취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얻기 위해 하민은 돈으로든 집으로든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았다. 하민은 희련을 손에 넣고 싶었다. 그리고 노리개처럼 오래도록 가지고 놀고 싶었다. 하민은 희련과 밤을 지내는 생각만으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