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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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입

“우리, 아이를 만들자.” 도혁의 말에 은수는 쿵 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의미예요?” 도혁은 넥타이를 풀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난 이혼하기 싫고, 우린 부부야. 그리고 부부에겐 아이가 필요해.” 단순한 수학 문제를 푸는 듯한 말투였다. 은수는 작게 헛웃음을 내쉬었다. 그가 원하는 건 아이가 아니라 제 몸일 거다.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핑계로 손쉽게 몸을 취하려는 수작. 잘됐다 싶었다. 몸이 달아 있으니 원하는 걸 주면 말이 쉽게 통할지도 몰랐다. “네. 그래요. 근데 그전에요.” 곧장 파우더 룸으로 향했던 은수가 얄팍한 서류 봉투 하나를 가져왔다. “여기 서명 먼저 해 줘요. 그럼, 할게요.” 도혁이 서류를 들춰서 종이를 꺼냈다. 이혼 신고서. 이미 은수가 채워야 하는 부분은 빠짐없이 정갈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이딴 건 또 언제 준비했어. 치워.” “그럼 저도 못 자요.” 은수가 강경하게 대꾸했다. 교환 조건이 참 같잖다. 들어주지도 않을 걸 포기도 모르고 들이미는 채은수도 우스웠다. “어림없어.” 도혁은 한없이 건조한 한마디를 내뱉고 돌아섰다. 그가 그 후로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지도 모르고. . . . 느닷없이 함부로 들어오는 마음에 관하여, <틈입>

숨죽인 사랑이라도

"시키는 거 다 할 수 있어. 일뿐만이 아니야. 태우 네가 원하는 거...... 그게 뭐든 다 할 수 있어."연인이었던 태우와 이진의 관계는 이진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한순간에 무너졌다.태우는 그녀를 완전히 잊은 줄 알았다.그로부터 7년 후 여전히 무명 연예인인 이진이 제 앞에 다시 나타나서 뻔뻔하게 전속 계약을 요구하기 전까지."혹시 기억나? 7년 전에, 우리 어른이 되면 같이 밤을 보내자고 약속했던 거."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도망간 건 너잖아.차라리 그때부터,네가 고작 7년 뒤에 나타나서 절 이용해 먹기 위해 응석 부리는 여자인 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멸시 거리를 찾자 오히려 태우는 머릿속이 맑게 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태우는 결심했다.저도 모르는 깊은 곳에 숨겨진 미련 같은 건 이번 기회에 전부 털어버리자고.#짝사랑녀 #오만남 #분리불안 #오해 #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