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휘은
고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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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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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했던 약혼식이 순식간에 엉망이 됐다. 굳게 닫혔어야 할 육중한 문이 사정없이 열리며 불쑥 나타난 남자의 존재는 무척이나 압도적이었다. “가자, 이서야. 데리러 왔어.” 그를 버리고 도망친 여자, 정이서. 그런 그녀를 데리러 온 남자, 강태준. 매사에 일관되게 무심한 사람이 더 무서운 법이라 했는가. 한 가지에 꽂히면 미쳐 버리니까. 특히나 강태준이 미쳐 있는 게 정이서라면 더욱 그랬다. “술래잡기, 재밌어?” 태준의 시선이 이서를 옭아매듯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그의 눈빛이 이렇게 변할 때는 단 하나, 자신을 뜨겁게 원할 때뿐이었다. “각오해, 다시는 놓지 않을 테니까.” 그녀를 제대로 잡아 두기까지 자그마치 10년을 기다린 그의 비틀린 집착이 시작된다.

열락의 계절

“다시 말해 봐.” 아내가 처음 사라졌던 날도, 태석은 화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는 달랐다. 맹렬하게 들끓는 그의 눈빛이, 터질 것 같은 위태로운 기운이 그걸 말해 주고 있었다.  그렇게 내가 싫었을까. 치가 떨리도록 끔찍했을 내 품에 너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밤마다 안겼을까. “헤어져요.” “우리가 왜 헤어져.”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지 마.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너는 내가 유일하게 열망해 본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