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진
조승진
평균평점
나쁜 딜

NC그룹가의 재투성이 아가씨, 문해연. NC도 탐이 났지만, 실은 문해연이 더 탐이 난다. 계약이라는 이름으로라도 붙잡아 두고 싶을 만큼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다. “선본 남자하고만 자나?” “아뇨, 선 안 본 남자도 맘에 들면 자요.” “나는 어때? 맘에 들어?” “별로. 내가 아무 남자랑 자는 쉬운 여자로 보여요?” “내가 아무 남자가 아니라면? 그래서 말인데, 나랑 잘래?” 벼랑 끝에 선 제 처지를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순간, 그녀에 대한 호감이 폭발했다. 저 여자를 흔들어 놓고 싶다. 그녀의 히든카드, 권지헌. 100번째의 마지막 맞선 자리에 끼어들어서는 처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다가온 남자였다. 99번이나 선을 봤음에도 결혼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낯선 남자와의 하룻밤은 이토록 쉽기만 하다니. 차라리 결혼하자고 해볼까? 결혼만 하면 문 회장의 지분 60%가 자신의 것이 된다. 그녀가 받을 지분을 말하고 반 뚝 떼어주겠다고 하면 이 남자도 거절할까?

끝 밤

“너 따위가 유혹하는데도 욕망에 굴복한 남자면, 나라고 마다할까?” 언니의 엄마가 내 엄마의 남편을 빼앗고, 언니의 남자를 내가 빼앗는, 이보다 더 패륜적인 일이 또 있을까. 자매가 한 남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고 비웃음을 살지라도 언니의 남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내 거였기 때문이다. “잘해주지 말아요. 나 오해해.” “무슨 오해?” “그거 해서 잘해주는 것 같잖아요.” “내가 잘해줄 만큼 전송연이 그걸 잘했나?” 승부 욕구와 정복욕보다 강한 감정은 없다고 믿었었는데, 전송연이 나타난 순간 그것보다 더 강렬한 것이 소유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에게 이토록 강렬한 욕망을 품을 줄이야. 가지고 싶었다. 처음부터 넌 내 거였으니까 내 걸 뺏으러 왔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해놓고, 까만 눈동자를 떨면서도 결코 그에게서 도망치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애를 쓰는 그녀의 모습에서 그는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전송연이 제 여자라는 사실이 이토록 흡족할 일인가? 이토록 만족스러울 일인가. 격정적인 욕망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