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 그리고 그녀. 우리는 처음부터 둘이 아닌 셋이었다! “나는, 민태은 씨와 사랑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결혼을 하자는 거지.” 처음 만난 남자는 오만했고, 무자비했다. 그럼에도 내게 남자는 둘도 없는 구세주였다. 나를 이 지긋지긋한 지옥에서 끌어 올려줄. 사랑 없는 결혼이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내 목숨보다 귀한 할머니를 보호할 수만 있다면, 그깟 사랑 없는 결혼쯤이야 얼마든 버틸 수 있다고. 그러나 결혼식 날 신부 대기실로 걸어 들어온 남편의 연인을 본 순간 나의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내 남자…… 잘 부탁해요.” 그렇게 우리의 미친 삼각관계가 시작되었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겠다 결심했다. 그러면 다칠 마음도 없었기에. 그러나 내 인생으로 거침없이 돌진한 이 오만한 남자는 이미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린 뒤였다. “셋이 같이 결혼생활 하는 것 같아. 내가 결혼을 한 건 서우진인데, 박서우 씨랑 셋이 같이 사는 것 같아.” “…….” “우리 그만 이혼해요.” 결국 이혼을 통보했다. . . . 나는 그의 하나밖에 없는 아내, 그리고 그녀는 그의 유일한 사랑. 깨질 수 없는 그 공식이 나를 미치게 만든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너 같은 것도 딸이라고, 너라면 껌뻑 죽는 네 엄마. 다른 한쪽 다리도 저는 꼴 보고 싶어?” 대영 그룹의 후계자 강동주. 악마 같은 그놈은 결국 선을 넘어 연수의 엄마를 볼모로 육체관계를 요구했다. 폭주하는 그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그녀 앞에 나타난 그 남자, 강무진. 고작 대영의 사생아 주제에, 후계자인 강동주보다 더 대영의 주인 같았던 그 남자. 안다. 그 또한 동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럼에도 강동주를 피해 남자의 품으로 날아들 수밖에 없었다. “나랑…… 자고 싶어요?” “그렇다면, 줄 겁니까?” 몸은 섞되 감정이 흐르지 않는 사이. 딱 그것이면 되었다. 그저 악마 같은 동주가 제게서 그 관심을 거둬갈 때까지, 딱 그때까지만 참으면. “대표님 여자 할게요. 할 수 있어요.” “그럼 어디…… 증명해 봐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를 버려야 할 순간이 오면, 미련 없이 등질 수 있을 거라고. 그러나, “나, 안 보고 싶었나?” “대표님은…… 제가 보고 싶었나요?” 어느 순간부턴가 그를 향해 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를 버려야 할 순간이 왔음에도, 여전히. “나 당신 너무 사랑해서, 이젠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그것이 곧 제가 죽을 자리인 줄도 모르고. . . . 최악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차악. 그러나, 당신은 나의 파멸이었다.
“날씨도 꿀꿀한데, 나랑…… 잘래요?” 단 한 번의 허튼짓. 하지만 그 허튼짓이 그들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태생부터가 고귀한 우월한 자태에, 흠잡을 곳 없는 압도적인 이목구비. 그러나 타고난 성실함의 부재로 태어난 김에 산다는 서운 그룹의 자타공인 한량. 서태하 상무. 그런 그의 앞에 단 하룻밤의 실수로 제 삶을 송두리째 파고든 한 여자가 나타난다. “저, 아이가 있어요.” 이상하기도 하지. 폭탄선언에도 포기가 되질 않는다. “결혼은…… 했어요?” “아뇨. 하지만 아이가 있어요.” “애인은?” “얼마 전 파혼했어요. 하지만 저, 아이가 있다고요.” “응. 싱글이네.” 아이 따윈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순정 씨도 엄마이기 전에 여자잖아. 여자로서의 삶, 포기하지 말아요.”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았다. 그저 무서울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도대체, 왜? 일시적인 욕망이라 치부하기엔, 그 이상의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열여섯 이후론 느껴본 적 없는 욕망이었다. 그러나, “싫어요. 지금 서태하 씨, 몹시 가벼워 보여요.” “내가? 어딜 봐서?” “세상 참 쉽게 살았죠? 살면서 의식주 고민해 본 적 없을 테고, 갖고 싶은 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손에 쥘 수 있었을 테고.” 여자가 쌓아 올린 방어벽은 생각보다 견고했다. 하지만 상관없다. 모로가도 직진. 나는 너한테만 가면 되니까. “순정아. 사나이 가슴에 불을 싸질렀으면 책임을 져야지?” 결국 삶에 대한 열정이라곤 1도 없는 그의 심장에 그녀를 향한 일편단심 야한 순정이 피어나기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