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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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첫날밤을 훔치다

병원장의 갑질과 부당해고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강철멘탈 정연주. 대학병원에서 나와 작은 촌동네 유일한 병원을 차려 하루하루 마이너스에 허덕이다 술김에 혼전순결인 조직 보스 권재혁의 첫날밤을 훔쳐버렸다. “반말하는 거 보면 어제 기억이 다 있나 봐?” “당연하지. 같이 자놓고 필름 끊기는 건 너무 쓰레기잖아.” “그럼 이제 나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 “뭐?” “어떻게 잤는지는 기억나고, 했던 말은 기억이 안 나나 봐요?” 저, 눈에 독기 좀 봐라. 보스의 첫날밤을 훔친 대가로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전담 의료진 계약을 체결했다. “결혼이 싫다면 의사로서 내 옆에 있어요.”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위험한 남자. 그가 오직 나만을 갈구한다. 나 또한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이 들개같은 남자를 길들일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라는 것을.

복종의 미학

“그러니까 힘 풀고, 벌려요, 입.” 유연은 원수의 아들, 강헌과 결혼했다. 진해그룹의 숨겨진 서자로 살아와 스스로 죽으려는 그를 기어코 살리면서까지. 오직 복수를 위해서. "내게 복종한다면, 부숴줄게요. 진해그룹." 유연은 그의 복종만을 원했다. 어차피 복수가 끝나면 쓸모가 없어질 남자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게 처음이었다. 남자도, 키스도, 결혼도, 사랑도. 그 모든 것에 면역이 없었다. “그럼 시험해 봅시다.” “……무엇을.” “당신과 내가, 앞으로 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지.” 얼굴을 거의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남자의 손은 뜨겁기까지 했다. “아무리 추잡하고, 수치스러운 일이어도 다 할 수 있다며.” 유연은 깊은 바다 속에 잠긴 것처럼 숨이 모자른 것 같은 기분이었다. “숨 쉬어.” “…….” “뭐 한 것도 없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떡해.”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시선이 번잡히 얽혔다. 아무리 시선을 피하고, 뒷걸음질을 쳐도 남자는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 복종을 하라고 했지, 사랑을 하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도

“21세기 심청이로 소문이 자자하던데.” “…….” “망한 집안 한번 일으켜 보겠다고 고생이 많네.” 팔려 가듯 시집을 갔다. 어릴 적엔 장난감 선물처럼 내게 보내졌던 남자에게. 나에겐 첫사랑이었으니 마냥 불행하지만은 않은 결혼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채연 씨 집안 그렇게 만든 사람, 남도현 맞아요.” 비참한 맞선의 원인 제공자, 우리 집안을 망하게 한 원흉이 내 남편이었다. 하지만 벼랑 끝에 선 나를 구해 준 그를 쉽게 저버릴 수 없었다. 그를 향한 오랜 연정과 안락한 환경이 발목을 잡았다. 지금껏 그래 왔듯 바보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가워요. 난 도현 씨 두 번째 아내 될 사람.” 그의 재혼 상대가 나타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