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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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다정한 불청객

번 아웃, 여행, 뜻밖의 마주침. 우연이었다. 혼자 떠난 바닷가 여행에서 최애 배우 이재호를 만난 것은. 다정은 그를 배려해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지만 오히려 그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자 당황스럽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가. 마음은 속절없이 흔들리기만 하고. "윤다정 씨, 나한테 한번 휘둘려봐요." 결국 지독하게 얽혀버렸다. 그렇게 시작된 사랑. 오해. 그리고 이별. "우리, 여기까지만 해요."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은 다정이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내가 싫어졌어도 그냥 내 옆에 있어.” 남자의 집착은 무섭게 타올랐다. 그러나 다정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끝끝내 그를 버리고 돌아섰다.  '반가워, 아기야. 내가 엄마란다.'

가장 예쁜 너라는 계절

그렇게 떠났으면 돌아오지 말았어야지. 감히, 내가 뭘 할 줄 알고 다시 나타나.   “드라마 작가, 누구라고?”   “최여름.”   술잔을 든 태석이 굳었다. 자신을 버리고 간 여자가 2년 만에 성공해 돌아왔다.   “최여름 드라마. 내가 출연할 거야.”   여름아. 유감스럽지만 네 뜻대로 되지 않을 거야. 이제 내가 널 망칠 차례니까.   -   “……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여름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놀란 표정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보고 싶은 표정을 끄집어낸 태석이 싱긋 웃었다.   “널 망치는 짓.”   용서할 정도로 아량이 넓지 못했다.   적당히 잊을 정도로 대충 사랑하지도 못했다.   태석은 이대로 여름의 목을 조르고 싶은 기분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키스해버리고픈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그러니까, 자꾸만 최여름이 되도 않는 순진한 표정을 지어내기 때문이었다.

부라보 청춘 맥주

“나 뽑아요. 얼굴 보고 뽑아야 장사 잘되지.”   허름한 맥줏집에 수상한 직원이 왔다.   원룸에 사는데 세상 다 가진 황태자처럼 보이는 남자. 하찮은 실수를 반복하는 주제에 매 순간 왜 당당한 거지?   맥줏집 매니저 지우는 자꾸 그가 신경 쓰였다.   “누나. 그 형 차 봤어? 10억 넘는 슈퍼카잖아.”   역시나, 이상하고 또 수상해.   지우는 그에게 끌리는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매번 지우를 자극했다.   “말했잖아. 뭐든 다 큰 편이라고.” “나도 이해 못 하는 내 몸을 차지우 씨가 어떻게 이해해요.”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입을 맞춰왔다.   “한 달간 데이트해요, 나랑. 정식으로.”   수상한 남자와 시작하게 된 이상한 비밀연애. 과연 한 달 뒤 무사히 끝낼 수 있을까?

봄의 절정

“우리가 하는 게 연애는 아니니, 미리 합의를 좀 합시다.” 아이를 빨리 낳자 말하던 서도혁은 단정하고 깔끔했다. 결혼이 아니라 계약을 하러 온 사람처럼. 그는 남편이라기보다 정중한 타인 같아 보였다. “그래도, 쓰레기는 안 될게.” 어쩌면 그 말을 믿었던 것일까. 드문드문 이어지던 다정함에 조금씩 마음을 기대다 보니 그와의 밤 역시 다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러기 쉽지 않은데. 민연주 씨 남자에 꽤 소질 있어요.” 그는 연주에게 지독한 수치심을 안겨 주었다.  온기쁨이었던 배 속의 아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여전히.  *** “안 하고 싶어요. 싫어요.” “늘.” “…….” “싫다면서.” 서도혁이 작게 웃었다.  “결국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연주가 고개를 저었다. “뭐든 반대로 말하는 여자이니.” “…….” “그 말을 어떻게 믿을까.” 연주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3개월간 내내 생각했던 말을 입 밖으로 뱉었다.  "우리, 이혼해요. 다 끝났잖아요." 그런데 남자가 웃는다.   "연주야" 겨우 그런 말이냐는 듯  "임신은 다시 하면 돼" 깔끔한 무시였다.  *** 단 한순간이라도 내게 진심인 적이 있었을까? 장난감 취급 당하는 것도 모르고 바보 같이 다 내줘버린 마음이 끝내 길을 잃었다. 그러니 딱 한 번. 마지막으로 한 번만, 나도 당신을 기만하기로 한다. 나 역시 당신에게 상처를 안겨주겠다고.

밤의 흔적

“왜, 다른 새끼 씨라도 돼?” “……저는 그런 뜻이…….” “낳길 바란다면 내 곁에서 낳아. 네 배 속에 있는 애가 누구 씨인지 내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야겠으니까.” * 첫사랑과의 계약 연애, 그 끝은 임신이었다.  하지만 수현은 진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우리에겐 정해진 길이 있으니까. “긁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는데. 내가 원해. 너를.” “또 약점 잡아 절 흔들 건가요? 죄송하지만, 이제 그런 일로는 잡혀 드릴 생각 없습니다.” 수현이 날을 세우자 태주가 소리 없이 웃었다.  상대를 긴장하게 만드는 예리한 웃음이었다. “아니. 이제 와 그건 번거롭지.” “…….” “편한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가령.” 남자의 입술 끝에 희미한 조소가 걸렸다. “네 몸에게 물어본다던가.”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깨물며 수현이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기어이 그녀를 농락했다. “어떻게 생각해? 난 대답을 들은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