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크로
초코크로
평균평점
그들의 은밀한 스킨십

“전 이제 연애 따위, 절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사랑이라면 이제 질렸어요.” 자신의 첫 모델이자, 쓰레기 같은 첫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한여름. 다시는 사랑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그녀 앞에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배우 강건우가 나타나 고백한다. “연예인이라면 더더욱 싫습니다. 강건우 배우님.” “그래도 내가 안 되겠다면?” 여름은 건우에게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하지만. 또다시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하는 말. “당신에게 도망칠 시간을 준 겁니다. 내 곁에서 멀리 떠나라고.” “도망치다니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내가 당신을 잡으면, 놓아줄 자신이 없으니까.” 마주한 그의 눈빛에서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늦었어요. 이제 미친 듯이 당신만 보고 달릴 거거든.”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여자, 한여름. 유일하게 품을 수 있는 여자, 한여름. 남들은 모르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스킨십이 시작된다.

너로 젖는 나날들

“서태하를 꼬셔요. 시작과 동시에 20억을 주죠.” 어리석은 결정의 시작은 고작 이 한마디였다. 서태하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냐는. 아무것도 아닌 그 말 하나에 말도 안 되는 복수의 불씨를 키웠다. 아버지가 남긴 20억의 빚, 우리 호텔을 빼앗아 간 것에 대한 원망. 가을은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수의 아들, 서태하라는 남자를 망가뜨리기 위해 제 모든 걸 걸기로 했다. “나랑 연애합시다. 기간은 1년. 결혼은 그 이후에 생각해 보는 걸로 하죠.” 차남이라는 이유로 서원그룹의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에 단단히 화가 난 서태하 역시 윤가을이라는 여자를 이용해 제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데. 겁도 없이 제 발로 호텔 방에 걸어 들어온 여자가 도발을 해 온다. “저희, 계약서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요?” “계약서라……. 내가 뭘 원할 줄 알고?” 가을의 질문에 남자의 욕망 가득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이왕 쓰는 거라면 절대 깨지지 않을 계약서를 쓰죠. 지울 수도, 없앨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거.” “……그게 뭔데요?” “몸에 새긴 각인. 그건 절대 잊는 법이 없거든.” 그때부터였다.  남자의 차가운 눈동자 위로 달뜬 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한 것은.

버려지더라도

“남자 꼬시는 방식이 저급하네요, 은겨울 대리.” “…….” “그런데 어쩌죠? 그딴 싸구려 수법으로 접근하는 여잔, 내 취향 아닌데.” 7년 만에 나타난 첫사랑이 제게 이죽거렸다. 그것도 심장이 얼어붙을 만큼 싸늘한 눈을 하고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제가 알던 백도준이 맞건만. 지금 눈앞에 있는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랑 자고 싶어요?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그거 아니었나?”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그의 날카로운 말이 겨울의 가슴에 잔인하게 꽂혔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 거라면 나도 굳이 사양할 생각은 없는데. 이따 룸으로 올라올래요? 아주 만족스러운 밤을 만들어 줄 자신 있거든, 나는.” 도준이 비릿하게 웃으며 자극하자 겨울이 실망한 듯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처연해진 겨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 * “이 손 놔주세요.” “그럼, 도망가려고? 은겨울 씨 습관이잖아, 몰래 도망치는 거.” 도준은 그러쥐고 있는 겨울의 손목을 들어 눈앞으로 가져왔다. “대답해요, 싫다고. 그러면 지금 당장 이 손 놓아줄 테니까.” 남자의 눈빛이 뜨거웠다. 그에게 잡혀 있는 손목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겨울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흐느끼듯 속삭였다. “아니요. 놓지 말아요, 이 손. 나중엔 몰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에요.” 겨울에겐 그를 밀어낼 힘이 없었다. 아니, 죽을힘을 다해 매달릴 작정이었다. 결국엔, …버려지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