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연슬
유리연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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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에 홀리다

“다음 달 4일이야.” 결혼을 약속한 전 남친이 내민 청첩장. 세희는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만원권 지폐 다섯 장을 전 남친에게 날려 주었다. 홧김에 한 달 휴가까지 쓴 세희는 충동적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항의 푸른 하늘과 바다 위 성처럼 떠 있는 새하얀 크루즈 선. 그곳에서 세희는 카일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신이 내린 완벽한 외모, 신비스러운 푸른빛 눈동자를 가진 남자. 카일 그레이엄 에반스. 우연이라 생각한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필연처럼 얽힌다. 크루즈 선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헤프닝들을 통해 차츰 가까워지게 되는데. * * * 행복하고도 기뻤던 그 날, 세희는 카일을 도발한다. “……카일.” 그를…… 욕심내도 되는 걸까? “오늘 밤…… 같이 있을래요?” * * * 그러나 두 사람의 황홀했던 시간은 잠시뿐이었다. “여행이 끝났으니, 일탈에서 벗어나는 것 또한 당연한 거죠.” “단지 일탈이었다?” “……네. 낯선 여행지에서 흔히 있는 일탈. 그리고 쉽게 잊히는……. 그런 아무것도 아닌 일일 뿐이죠.” 다가온 이별의 순간, 세희는 담담히 카일과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러나. “이렇게 도망치겠다는 건가?” 오싹할 정도로 서늘한 낮은 저음에 세희의 심장은 그대로 내려앉고 말았다. 카일이 떨고 있는 세희를 향해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나는 이세희.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카일의 푸른빛 눈동자에 강한 소유욕이 붉게 일렁였다. 그 시선에 온전히 붙잡혀버린 세희는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 그의 짙은 체향이 숨 막히게 세희의 폐부를 파고들었다.

볼수록 빠져들다

“이혼하자. 류수아. 네 쓸모를 다했으니. 헤어져야겠지?” 5년 동안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간병하며 남편을 내조한 결과는 이혼 통보였다. 남편이 한율병원 센터장에 오르면 단란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찾아온 아기의 존재도 채 알리지 못했는데. 우진의 마음을 돌리고자 임신 사실을 알려보지만,  남편의 눈동자에는 살기만 가득 차올랐다. “……내가 언제 너한테 내…… 아이를 가지라고 했어? 너도 알잖아. 나는 계획이 틀어지는 상황을 죽음보다 싫어한다는 걸.” 남편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된 수아는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눈을 뜨니, 그 사건이 일어나기 7년 전으로 돌아왔다. * * * “천사표 류수아가 나다운 거라고요? 앞으로 보여줄게요. 류수아다운 게 뭔지.” 복수를 다짐하는 수아 앞에 아름답다는 단어가 지극히도 잘 어울리는 외모를 지닌 남자, 휘경이 나타난다. “앞으로 편하게 불러. 오빠라고.” 과거의 삶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을 뿐인데, “무엇을 하든 묻지 않을게. 그냥 도울 수 있게만 해줘. 네가 뭘 하든, 나는 네 편이니까. 설령 네가 악의 편에 선다 해도.” 분명 낯설어야 할 그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