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대신 결혼하라고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것도 22년 만에 재회한 쌍둥이 언니를 대신해서. “차윤주 씨 아니죠?” 주영은 첫 만남에서 정체를 들키지만 그럼에도 결혼을 밀어붙이는 강우가 영 싫지만은 않다. “누가 되었든 간에 상관없습니다. 차주영 씨랑, 나. 왠지 같은 부류의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 “차주영 씨. 결혼 계약서 제대로 안 읽었습니까?” 주영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손톱만 만지작거렸다. “갑과 을은 서로에게 요구사항이 있을 시 최대한 들어주도록 상호 간 협조 해야 한다.” “네?” “나는 밖에서 욕구를 풀 마음 따위는 전혀 없습니다. “….” “아내가 있는데 밖에서 허튼짓할 놈 아니라는 거예요.” 주영의 달큰한 체향이 못내 아쉬운지 잡히지 않을 것을 잡고 싶어 하는 강우의 손가락이 꿈틀거렸다.
“오랜만이야.” JH푸드 부사장의 딸 송연서와 미혼모의 아들 유재현. 제 손으로 놓아버린 첫사랑이 5년 만에 정략결혼 상대로 나타났다. 그것도 JH그룹의 아들이 되어. “연서야. 아직도 모르겠어? 쓸모 있을 때, 비싸게 쳐줄 때 팔라는 거잖아.” 다정했던 모습을 전부 지워버린 채로. * * * “왜 저예요?” “몰랐는데 익숙한 걸 좋아하더라고 내가.” “…….” “처음부터 가르치는 건 딱 질색이라. 근데 넌 아니잖아.” 연서야. 왜 너여야만 하냐고? 네가 송명환 딸이니까. 네 아버지에게 꼭 돌려줘야 할 것이 있으니까. “뭘 생각하던 정반대인 결혼생활이 될 거야. 그러니까 바라지도 말고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우리가 이렇게 됐을까.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재현이 속으로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