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분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수려한 외모를 지닌 천재 피아니스트, 신비주의 재벌 3세, 날카롭고도 섬세한 표현력을 지닌 예술가. 사람들은 그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지만. 나에게 그는 그저 도피처일 뿐이었다, 지긋지긋한 가족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오죽 스캔들이 없으면, 사실은 성불구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던 그와 파격적 결혼 이후 일 년. “이번 연주회 마치고 잠깐 대화할 수 있습니까.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가 할 말은 뻔했다. 이혼하자는 것이겠지. 그의 매니저의 불찰로 나는 그가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다이아 반지까지 샀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한쪽이 원한다면, 그 즉시 이유를 묻지 않고 이혼할 것. 이 계약 결혼의 성립 조건 중 하나였으니, 따르지 않을 마음은 없었다. 다만 예상보다는 빨랐다는 생각이 들 뿐. 그리고 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남편이 죽었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남편이 가진 모든 것이 내 것이 되었다. 그러자 세간은 다시 이 죽음에 주목했다. '유산을 노리고 아내가 죽였다.' 오해 속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그에 대한 책을 쓰자는 한 청년이 찾아왔을 무렵, 죽었던 남편이 현관문을 두드리며 돌아왔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남편이 죽고 나서야 사랑이 시작된다.
어려서 크게 앓은 뒤부터 몸은 죽고 혼만 남은 그림자(영)들을 보게 되는 ‘소아’.밤마다 영들의 괴롭힘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연국의 세자 연우를 편히 재울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북방에 요괴 흉을 토벌하러 갔던 왕이 돌아온다는 소식과 함께 세자빈 책봉 역시 이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도는데.사랑받는 세자빈이 될 일만 남았던 그녀의 앞에 돌연 낯선 사내가 등장한다.핏기가 없는 창백한 피부, 제법 깊게 들어간 두 눈에 진 음영과 기다랗고 시원하게 치솟은 눈꼬리.희고 깨끗한 눈자위와 그린 듯이 곧게 선 콧대, 제비꽃의 색을 닮은 입술까지.영이 틀림없다 생각했다.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생생하기만 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