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밀크
유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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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모든 처음은 너

줄곧 기다려왔던 순간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이하루. 네 모든 걸음, 내게로 걸어오는 한 순간도 놓치기 싫어서 집요하게 바라봤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지독했던 그리움이 처절한 원망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9년 전, 네가 날 떠나자마자 찾아온 여름. 햇살이 밝게 비쳐올수록 바닥을 모르고 꺼져 내려가는 듯했던 날들이었다. 늦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찬란한 계절이 그렇게 내 안에서 꺼져갔다. 그러니까 이 기억과 이별하기 좋은 시기였다. 그래서 널 뜨겁게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나를 깔끔하게 배신하고 싶었다.

깊숙이 파고들수록

“그럼 내가 아주 큰 무례를 범했네. 나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너를 이 방으로 불러들였으니까.”일 년 전,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미호.그리고 그녀와 똑 닮은 얼굴을 한 채 태주를 낯선 사람 보듯 경계하며 올려다보는 여자. 이 여자가 미호가 맞을까.네가 미호가 맞다면, 넌 지금 나를 그렇게 순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텐데.“말했잖아. 네 몸은 날 더 잘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이제 슬슬, 그쪽으로 시도해 볼 때도 되지 않았나 해서.”태주를 올려다보는 여자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그 모습이 되레 태주의 신경을 긁었다.네가 이 집에 들어온 진짜 이유가 뭐야.“……그럼, 알려 주세요.”여자가 태주의 슈트 깃을 잡고 제게로 당겼다.태주는 기꺼이 얼굴을 내려주었다.그리고 곧바로 여자의 말랑한 입술을 삼켰다.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널 가슴에 품어 버린 순간?아니, 이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널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