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플래시가 돼 줄게. 앞을 보기 전까지는 불빛이 되어 줄게.” 어느 날, 죽은 첫사랑인 희주와 닮은 여자가 찾아온다. 앞을 못 보던 자신에게 빛이 되어 주고 싶다던 희주. 앞을 못 보던 자신에게 빛이 되어준 희주. “…송태주 씨. 저랑, 결혼하실래요.” 차정연은 희주의 목소리를 하고 결혼을 속삭인다. 밀어내고 싶지만, 애초에 그런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요. 해요.” “송태주 씨. 제대로 들으신 거 맞아요? 제가 지금 그쪽한테 밥 먹자고 말한 게 아니에요.” “제대로 들은 거 맞는데. 프러포즈했잖아요. 차정연 씨가 나한테.” “…….” “결혼. 그거 당신이랑 해 준다고, 내가.” 희주를 포기할 수 없다면, 이 여자를 희주로 만들면 된다.
“이젠 그만할래. 안 해. 더는 못 해”반복되는 생, 언제나 같은 결말. 스토커라 불릴 만큼 사랑한 남자와의 마지막은 항상 잔혹동화로 끝을 맺었었다. 아무리 악을 쓰고 노력해 봐도 도진에게 자신은 언제나 지긋지긋한 여자였을 뿐.“하지만 같은 건 없어. 우린 끝났어.”도진은 언제나 이혼 서류를 내밀었고 연우는 버려졌다.그렇게 세 번째 회귀 끝에 되돌아온 이번 생에선, 이제는 그만 그를 놔주고 싶었다. 나를 외면하는 도진을 위해, 그의 행복을 빌어주면서.“이혼 서류입니다. 사인해 두었으니까 필요할 때가 오면 쓰세요”상견례 자리에서 그에게 건넨 결혼 선물. 그리고 시작된 예상치 못한 변수.“일 년간 채연우 씨는 권도진의 아내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주기를 바랍니다.”“네?”“당신과 나. 완벽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겁니다. 결혼 생활이 뭡니까? 같이 밥 먹고, 한 침대에서 잠드는 거. 뭐 그런 거 아닐까요?”사소한 변수를 맞았다고 해서 우리의 결말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안다. 계절이 차례대로 지나고 당신의 연인이 나타날 때쯤이면 언제나 그랬듯 우리의 시간도 끝나있겠지.순간, 연우는 다짐했다.서글픈 결말 끝에 혼자 남고 싶지 않다고. 미치도록 사랑하는 당신의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 갖겠노라고.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그렇게라도 당신의 가족으로 남아야겠노라고.나를 외면하는 당신이지만, 여전히 내 전부였으므로.
완벽한 날들이었다.운명 같던 결혼도, 풍족한 부도, 더할 나위 없는 시댁도, 다정한 남편 역시도. 그리고 믿었었다. 언제까지나 이런 날이 계속될 거라고, 자신의 낙원은 절대로 훼손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제가 다 잘못했어요. 처음엔 납치된 아기인 줄 몰랐어요.”TV 속 엄마의 모습이 낯설었다. 잘못했다며 비는 모습을 보자, 희주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그리고…….“그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단 말이네요. 누굽니까?”“…궈, 권도영 사장입니다.”엄마의 입에서 남편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희주의 낙원은 종말을 맞이했다. 희주가 권도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듯.***“환영해. 이제야 지옥에 온 걸.”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남편은 다정한 목소리로 희주를 지옥으로 초대했고.그녀의 사랑에 값어치를 매겼다.그러나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던 덫이었고, 알면서도 발을 내민 건 희주였으니까.모두 희주를 경멸했다. 그의 옆에 머물길 자처하는 희주를 향해 그 엄마에 그 딸, 더러운 핏줄이라며 손가락질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그를 놓고 싶지 않았다. 그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그를 향한 이 기이한 집착의 이유를 알아야만 했다.마침내 모든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희주는 웃으며 그를 보내주기로 결심했다.“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러니까 우리 이혼해요.”비록 이 지옥에 홀로 남을지라도.
한순간의 실수로 틀어져 버린 첫사랑 윤재하와,그런 그를 애써 외면하고 있던 한혜원.두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생이 끝나 버렸는데…….그런 그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시간을 돌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딱 49일 동안 만요.”“혹시 후회되거나 되돌리고 싶은 작은 실수가 있으신지요?”순간 두 사람의 머릿속을 스친 그때 그 기억, 바로 서툴렀던 첫 키스.그 후로 둘의 인연은 완전히 어긋나 버렸다.“두 분, 생각이 일치하시네요.”49일 동안 시간을 되돌아가, 그때 그 순간을 되돌리자!그런데…….과거로 돌아간 두 사람은 뜻밖에도 몸이 바뀐 채, 19살로 다시 마주한다.“네가 그랬잖아. 친구 이상은 될 수 없다고. 그랬으면서…… 그런 주제에 뭐?”“나한테 너 여자야. 친구, 그딴 거 안 해.”몸이 바뀐 두 남녀의 좌충우돌 시간 여행 로맨스!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혜원과 과묵하지만 집착이 남다른 재하의 감정은 점점 깊어지고,그들의 운명에 뜻밖의 인물들까지 얽히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49일 후, 이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러니까 네 말은 나랑 결혼을 해 주시겠다?” 박아연에게 결혼은 구원이었다. 숨 막히는 가족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그런 그녀에게 송암 그룹의 망나니 아들 권도현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난 경험 없는 여자는 별로. 내가 성질이 뭐 같아서 가르치는 덴 젬병이거든.” 결혼할 여자를 찾고 있다는 소문과는 다르게 그는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박아연은 황망히 생각했다. 이제 어쩌지? *** “혹시 말이야. 정말 만에 하나…….” 주저하는 입술이 달싹거린다. 무슨 말이길래 저렇게 망설이는 걸까. 또르르 배회하는 눈동자에서 구슬 굴러가는 귀여운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한테 경험이 생기면…….” 뭐? “재고의 여지는 있어?” 권도현은 생각했다. 꽤,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