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내가 책 속에 등장하는 엑스트라 인어로 환생했다는 걸 깨달았다.우연히 마주친 한 인간 때문에.근데 그 인간이 남자 주인공이었다고?나는 원작을 생생하게 보고 싶다는 마음에 카이라안과 친구가 됐다.그러자 예쁘고 상냥한 여주인 플로라와도 손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다.그렇게 여유롭게 원작을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카이라안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그 애들보다 나한테 더 관심을 줬으면 좋겠어.”처음엔 분명 친구 사이의 흔한 질투인 줄 알았는데“왜 안 놔줘!”“좀 더 잡고 있고 싶어서.”“잡고 있는다고 정화가 나오진 않거든요?”“정화 때문에 잡는 건 아닌데.”정화가 필요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좋아해, 세리넬.”두근두근⎯.그게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장르 체험권이라…. 굉장히 운이 좋으시군요.” 사고 후 눈을 뜨니 자신을 ‘신의 대리인’이라 칭하는 토끼가 나타났다. 근데 노점상 할머니에게 강매 당한 엽서가 장르 체험권이라고? ‘남주의 죽은 첫사랑’ 역할을 수행해 내는 대신 원하는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신께서도 온통 불행하기만 했던 인생을 가엾게 여겨 준 걸까? 뭐가 됐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수많은 선택지 중 가장 좋아하는 ‘육아물’ 장르를 선택했다. 당연히 꿈에 그리던 꿀잼 행복 라이프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이전 삶이랑 다른 게 없잖아! 이 사기꾼!” 막연하게 기대했던 호화로운 저택도, 사랑하고 아껴 줄 가족도 없다. 그렇게 보육원에서 생고생만 하다 드디어 남자 주인공인 하델리온을 만난다. “그래도 여기서 널 만난 건 좋아. 난 어쩌면 널 만나려고 여기 온 게 아닐까?” “헛소리.” “응, 맞아. 헛소리야. 여기서 널 만날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까칠하기만 한 그와 친해지기란 쉽지 않았지만…. “뭐 하는 거야.” “친히 먹여 주려고.” “뭐?” “자. 음식 들어간다. 슈우우우웅~” 그렇게 갖은 노력 끝에 무사히 역할을 해내고 정해진 죽음에 순응했다. ‘육아물 체험’을 끝낸 나는 곧장 새로운 세계로 환생했다. 분명 그랬었는데…. 왜 다시 릴리트가 된 거지? 《육아물, 체험만 하려고 했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