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교한 술수로 사람을 홀려 온 마을을 혼란에 빠트린 저 사특한 마물의 핵을 내가 손에 넣었소!” 믿었던 이의 배신과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절벽 아래로 밀쳐진 리테는 영영 깨어나고 싶지 않은 잠을 청한다. 그리고 하염없이 꿈속을 헤매던 어느 날,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잠든 그녀를 건드렸다. “당신이 길드장이야? 보물 사냥꾼이 필요하다던.” “글쎄. 그쪽은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워.” 육지를 밟은 리테에겐 잔혹한 사냥꾼이라는 소문이 붙지만 길드장은 소문보다 그녀가 가져다주는 것들을 믿게 되고. “없는 정보는 만들어서라도 줄게! 우리랑 전속으로 계약하자, 응? 자기야.” 협력자를 얻은 리테는 잃어버린 전부를 되찾아 이번에야말로 물거품이 되어 안식을 찾으리라. 분명히 그렇게 다짐했었다. “이번에 하나를 찾았잖아요. 나머지를 다 찾게 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 여정을 함께할 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하이디의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불행’이었다. 신에게 밉보이기라도 했는지, 선택하는 족족 최악의 결과로 치달았다. 그러나 영원한 불행은 없다고 했던가. 꼼짝없이 죽겠다고 생각한 순간, 그 남자가 찾아왔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반가워요, 하이디.” 쏟아지는 달빛 사이로 보이는, 비에 젖은 새하얀 머리카락과 달빛처럼 빛나는 금색 눈동자. 진흙 속에서 그녀를 구원한 남자가 물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답은 정해져 있으니 편하게 대답해도 돼요.” “저기, 정해진 답이라면.” 붉은 입술이 유려한 곡선을 그렸다. “어차피 그대는 여기서 못 나가. 나한테 납치된 상태거든.” 구조나 보호를 굳이 저런 식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나. 하이디는 아연하게 눈을 깜빡였다. 어쩐지 불행이 떠나간 자리에 이상한 게 찾아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