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휘황찬란한 수식어를 덧붙여 봤자 근본은 깡패. 수틀리면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받는 그런 남자. 어쩌면 완벽한 이 남자에게 오점은 그가 발을 딛고 선 세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위태로워 보이며, 그래서 더 눈길이 가는 이율배반적인 존재. 그런 남자에게 끌렸고, 눈길이 갔던 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래서 멀어지고 싶었다.“나 내일 약속 있어.”“…알아.”“호텔에서 남자 만나.”정확하게는 호텔 카페에서 보는 맞선이었다.“…근데.”“마음에 들면 이번엔 바로 방 잡는다. 이제 진짜로 퇴짜 안 놓을 거야.”이게 최시백에게 하는 소린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인지 나조차도 헷갈렸다.“지랄해, 자꾸. 헛소리할 거면 잠이나 자.”오늘 잠깐 하다가 말 투쟁이라면 이렇게 서글픔이 사무치진 않았을 텐데. 나는 이 길고 지루한 감정의 마침표를 언제 찍을 수 있을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 얼마나 길어질지, 또 그 사이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을지, 겪어봐야 아는 일이다. 지금은 안다 해도 어찌하지 못할 일.알면서도 견뎌내야만 하는 일. 내 손안에 들어온 것 중 쉬운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사랑이라고 예외일 리가.망할 사랑, 아니 짝사랑.
※본 작품은 <마찰열>의 연작으로 작중 배경이 같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본 작품은 강압적인 관계가 묘사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사랑은 사람을 비이성적이게 만든다.이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뛰어들게 만든다.저 역시 사랑이란 걸 하는 바람에, 감정에 휩쓸려 자신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기분이었다.“안윤헌. 우리가 친구야?”“친구지 그럼 뭐야.”그는 너무도 단호하게 친구라고 정의를 내린다.이 지긋지긋한 관계를 끝내고 싶은데, 정말 그러고 싶은데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와 자신 사이에서.“나 연애할 거야. 그러니까 훼방할 생각도 말고, 참견할 생각도 마. 나 저 남자랑 잘해볼 거야.”“걔랑 재밌을 거 같아?”“뭐?”“네가 나랑 잔 게 얼만데, 좋아하니 마니 그런 시답지도 않는 감정 하나만으로 만날 수 있겠느냐고.”속궁합, 물론 중요하지. 이렇게 잘 맞는 남자도 다신 없을 거라는 거 안다.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았다. 저 오만한 콧대를 꺾어주고 싶었다.“네 마음이 언제까지 갈까. 우리는 또 언제까지 사랑하고. 네가 돌아서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끝날 텐데. 너한테 의지해서 사는 한은 내내 그럴 텐데. 이런 아픔, 한 번으로 족해.”
※본 소설의 본편에는 배뇨플, 애널플 등 호불호가 나뉘는 키워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원래 작은 건 알고 있었지만 어째 가슴팍에서 정수리가 보이는 게, 꼭 방울토마토 같았다.“미안한 거 알면 죽은 듯이 살아. 눈에 띄지 말고.”다시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돌아서야 했다.그를 망가뜨리고, 끝내는 모두를 파멸로 이끌었지만 끝내 놓지 못하게 만드는 여자.영악한 신서원.“됐으니까 그만 가. 이젠 다시 보지 말자.”사람을 집어삼킬 듯이 깊고 짙은 새까만 블랙홀 같은 눈. 마수다. 자신을 수렁으로 끌고 갈 꼬리 아홉은 달린 여우. 보드라운 털을 가진 작은 아기 여우. 늪이고, 덫이었다.“선오야, 좋아해.”고백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