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언제나 주위 사람들에게 동정받고 보호받는다. 그 때문에 할머니의 실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해나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한 남자가 해나를 찾아온다. 그 역시 할머니의 실체를 꿰뚫고 있었다.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할머니가 아닌 그 남자라고 확신한 해나는 그를 따라나선다. 해나는 이제까지 살면서 필요하지 않았던 지식들과 다양한 감정들을 보고 배우게 된다. 세상이 저들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깨우친 뒤, 소위 말하는 ‘나쁜 짓’을 저지르기도 한다. 해나는 점점 그처럼 변해갔다. ‘나쁜 짓’을 당연하게 여기는 해나에 그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그에 대한 해나의 마음은 동경에서 사랑으로 변질되어간다. 제 모습을 혐오하며 자책하는 그에게 매번 사랑을 고백한다. 그 시점에서 할머니가 그들을 찾아오게 된다. 할머니가 돌아온 이유는 오직 해나 때문이었다. 해나에게 극도로 집착하는 할머니를 보며 그는 도망치고 싶어한다. 턱 끝까지 차오르는 두려움에도 해나는 그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한다. 서로가 신경 써야 하는 일에는 오로지 둘만 있길 바란다. 결국 그들은 할머니에게 저항하기로 결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