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사람. 너무나도 자기애가 남다른 남자.재수 없지만 잘난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모든 게 완벽한 그 사람이 바로 도승준이었다.그런 남자에게 스크래치를 내고, 성추행범도 모자라 성불구자까지로 만든 작은 여자가 자꾸 신경이 쓰인다.그 여자에게 골탕을 먹이려던 것뿐이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인생. 참, 덧없고 허무하다.영양교사 때려치우며 디저트 몰을 차렸지만 이마저도 간당간당한 반백수 유채은.동안과 작은 체구로 종종 오해를 사지만 이번은 달랐다.한 남자와의 만남이 제 인생의 큰 변화를 만들었다.*문 앞에 붙여둔 노란 포스트잇이 보였다. 한 글자씩 읽어 나갈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져나갔다.[혹시 그날 밤 기억 못하는 건 아니지? 난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우리의 그 밤을. 궁금하다면 다시 알려줄 수도 있고. 연락처 남기고 갈 테니 잘 생각해봐.]“피할 수 없다면….”-궁금해요. 알려주세요. 그날 밤.순간의 도발이 이런 참사를 불러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그러던가.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가지나 말라고.”<[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최광미 (30세)경주최씨 32대 비운의 장녀. DK엔터 7년차 회계팀 소속 대리이자 회사의 대모.어린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만렙의 소유자.범이석 (31세)광미 처돌이. 방앗간 졸부 집 아들 중 둘째.말이 거의 없고 큰형의 게임 회사에 프리랜서.울보에 소심하기 짝이 없던 이민 갔던 내 껌딱지 범이석.옆집으로 이사온 남자가 자꾸만 녀석의 이름을 들먹이며 그 사람이 자신이라 말해온다.이런 허접한 접근방식은 절대 통할리 없는 그녀였다.하지만 왠지 자꾸 신경이 쓰인 광미는 확인을 하게 되는데....-본문중-철컥. 두텁고도 차가운 현관문을 열자 환한 빛이 스며들었다.겨우 눈을 뜨고 남자를 보았을 때 남자는 해사하게 웃으며 모자를 벗어내고 있었다.웃는 모습이 그 녀석과 닮아 있었다.눈이 부시도록 환히 웃는 빛나는 미소가 어여뻤던 아이. 제 껌딱지 범이석.“왜… 끊었어?”“?”“전화.”“전화? …! 보이스피싱이 당신이야?”한국으로 오며 비행기 안에서도 숱하게 자신에게 맹세했던 말이 있다.절대 피하지 말고 내 진심을 전하자고. 광미만 생각하자고.그리고 지금. 제 마음을 전하기로 다짐했다.“범이석.”“응?”“내 이름.”“너, 너 진짜 맞아? 진짜로 범이석?”“응.”이석의 물기 젖은 눈이 반짝였다.손꼽아 기다려온 광미와 17년 만의 재회.그가 바라 온 순간이 바로 앞에서 펼쳐지자 현실감이 없었다.쿵쿵대는 심장과 벅차고 울렁이는 설렘이 지금이 현실이라고 알려주고 있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