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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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개차반

덩굴장미 만개한 이 집엔 개차반 한 마리가 살고 있다.생긴 건 곱상한데 입만 열면 밉상인 한찬영은타고난 진상 짓으로 강용희의 인생을 쥐고 흔든다.“내가 기라면 기고, 튀어 오라면 튀어 오고. 어?”열두 살의 어느 여름 즈음엔키우는 개인 양 목줄을 잡고 휘두르고,“나 좋아한다고 말해 봐. 그럼 순순히 가 줄게.”열일곱의 어느 여름 즈음엔당장 내놓으라는 양 마음을 붙들고 헤젓더니,“다시는 굴 파고 들어가지 마.화가 나도 내 옆에서 화내고, 울고 싶어도 내 옆에서 울어.”열아홉의 어느 여름엔기어코 같이 흔들려 주기까지 한다.“넌 나한테 제대로 걸린 거야.”속수무책으로 나부끼던 용희가싱그러운 장미 향을 등지고 떠나려는 줄도 모른 채.

콜라맛 사탕

“이거 꼴통이네, 완전. 아비 노름빚에 팔려 왔다고?”아버지의 빚에 팔려 ‘낙원’에 오게 된 옥주.제가 진 빚도 아닌데 이곳에 있기 싫어 매일을 도망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뭘 쳐다봐.”“갑자기 왜 이래? 괴물 취급하면서 도망칠 땐 언제고.”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이해신.매일 사탕이나 물고 다니며 사람 속 뒤집어 놓는 일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그의 도움을 받고 난 뒤 그가 제 유일한 동아줄이라 굳게 믿는다.“프락치가 있대.”“네?”“조직 안에 경찰 프락치가 숨어들었다고.”조금 더 확실하게 그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 자신을 내보내 달라고 하려던 옥주는그의 방 구석에서 ‘장해원’이라는 이름으로 된 경찰 신분증을 발견하게 된다.이거면 됐어, 내가 저 프락치를 넘기면 나는 풀어줄 거야 생각한 옥주는그대로 달려가 폭탄선언을 하고 마는데…….“프락치!”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멈추었다.

콜라맛 사탕

“이거 꼴통이네, 완전. 아비 노름빚에 팔려 왔다고?”아버지의 빚에 팔려 ‘낙원’에 오게 된 옥주.제가 진 빚도 아닌데 이곳에 있기 싫어 매일을 도망치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뭘 쳐다봐.”“갑자기 왜 이래? 괴물 취급하면서 도망칠 땐 언제고.”그곳에서 만나게 된 한 남자, 이해신.매일 사탕이나 물고 다니며 사람 속 뒤집어 놓는 일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그의 도움을 받고 난 뒤 그가 제 유일한 동아줄이라 굳게 믿는다.“프락치가 있대.”“네?”“조직 안에 경찰 프락치가 숨어들었다고.”조금 더 확실하게 그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 자신을 내보내 달라고 하려던 옥주는그의 방 구석에서 ‘장해원’이라는 이름으로 된 경찰 신분증을 발견하게 된다.이거면 됐어, 내가 저 프락치를 넘기면 나는 풀어줄 거야 생각한 옥주는그대로 달려가 폭탄선언을 하고 마는데…….“프락치!”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멈추었다.

내가 널 잊은 건

어느 날, 교통사고로 열여덟 살의 기억만을 가지고 깨어난 스물여덟 살의 신영.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녀의 유일한 보호자라는 남자가 나타나는데…….놀랍게도 그는 제집에서 머슴살이하던 앙숙, 범준이었다!잃어버린 10년의 기억,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부도.하지만 신영은 그 무엇보다 그가 제 남편이라는 게 낯설기만 하다.“네가 얼마나 혼란스러울지 잘 알아.”“뭘 알아. 네가 기억 잃어 봤어? 게다가 나는 이제 혼자라고.”“네가 왜 혼자야. 네 남편이잖아, 나.”의외로 다정한 그의 태도에 신영은 설렘을 느끼면서도.그녀는 점차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현실 사이, 묘한 간극을 눈치챈다.결국 신영은 범준에게 이별을 고하지만.“이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우리한테 이혼은 없어.”뜻밖에도 남자는 단호히 거절한다.그의 욕망 어린 검은 눈동자가 불에 타는 것처럼 일렁였다.“너랑 내가 어떻게 결혼하게 된 거야? 정말 날 사랑했어?”“그래. 그리고 지금도 하고 있어.”단단하고 곧은 손이 허리를 휘감자 신영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추었다.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뛰어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잊지 마.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거.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은 절대 잊으면 안 돼.”일러스트 ⓒ 송우

정오의 왕자

과거 미국에서 잘나가는 경호원이었으나, 현재 청호도에서 치매 걸린 할머니 꽃매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정오.하나뿐인 저의 편이었던 엄마의 장례식조차 지켜주지 못한 채 떠나보냈고, 이젠 가족이라곤 꽃매 하나밖에 없었다.그리고 어느 날,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미국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그런데......, 이 남자 반짝반짝하니 배우 뺨치는 존잘이다. 정오를 비롯하여 모든 청호도 할매들을 다 홀릴 만큼.“우왕. 우리 서방 왕자지?”“그래, 꽃매 언니 서방 왕자여! 아주 이따시만 한 왕자!”기억도 잃고, 서로 말도 통하지 않는데도 얼굴과 피지컬 하나만으로 단숨에 청호도의 '왕자'로 등극한 이 남자.허구한 날 할매와 손잡고 엉뚱한 사고만 쳐대며 정오의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히기 시작한다.[오는 길에 프리지어를 팔길래. 정오 주려고 샀어. 정오가 준 용돈 아니고, 할머니들 심부름해서 번 돈으로 산 거야.][.......][나 조금 예쁘게 봐달라는 뇌물이야.]뽀얀 광대가 꽃물이 든 듯 붉어진다. 그제야 정오는 깨달았다.왕자는 정오의 하루를 엉망진창으로 어지럽히는 게 아닌, 다채롭게 색을 덧칠해 주고 있었음을.왕자의 기억이 돌아오더라도 영원히 정오의 왕자임을 약속했지만......,"정오. 나랑 약속했지? 내가 누구든 떠나지 않겠다고 했던 약속. 지키겠다고 하면 만날게."“그래, ……날 믿어.”누구보다 지켜주고 싶었던 그에게 거짓을 고하며 상처를 준다.정오의 가슴에 예쁘게 수 놓였던 프리지어가 처참히 짓밟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