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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수의 복지는 셀프입니다

기억을 잃은 채 바닷가에서 눈을 뜬 소원은 누군가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에 허겁지겁 몸을 숨기다 깨닫는다. 아, 여기 소설 속이구나. 구질구질한 소설에 빙의해 버린 게 틀림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원에게 자신이 애 아빠라 주장하는 남자, 우재영이 찾아온다. 엉망이 된 소원의 몸 상태에 자책하던 그는 필사적으로 소원을 붙잡는다. “재활까지 두 달. 그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널 책임질게. 날 이용해, 유소원.” 행복한 결말을 봐야 하는 이야기 속 소원은 뭐가 됐든 몸이 먼저 나아야 한다는 생각에 그의 손을 잡기로 하는데... * * * * * * “또 불러 줄 테니까 몸 상태 봐 가면서 놀아.” “네.” “창문은 다 열지 말고. 체온은 하루에 적어도 두 번씩은 재.” “과보호…….” “네 꼬라지를 봐라. 걱정 안 하게 생겼나.” “……병원 지겨워요.” “알아. 그래도 조금만 참아. 퇴원하고 나면.” 우재영이 답지 않게 머뭇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원한다면 지낼 곳을 구해 줄 수도 있겠지만…….” “…….” “아직 짐 안 치웠어, 내 집.” 그 말이, 이상하게 꼭 자신과 함께 있어 달라는 말처럼 들렸다.

사랑도 환승이 되나요?

10년 사귄 전 남친을 붙잡으러 연애 프로그램, <사랑도 환승이 되나요?>에 나가게 됐다.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잘되고 싶은 상대의 X를 선택해 대화방에 입장하세요.] 5:5 단체 환승형 연애 프로그램이라고요? 제가요? 지금요? [유산호 또 구질구질하게 혼자 울지?] [내가 혼자 우는데 네가 보태줬냐] [그럼 나 아니면 네가 누구 때문에 우는데?] 바람에 환승에 기만까지. 바닥까지 다 본 X를 반드시 잊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는데. “왜 울지, 그딴 새끼 때문에.” 예고도 없이 나타난 사람이 나를 송두리째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 개새끼가 그래요? 형 때문이라고?” 그렇게 촬영장의 분위기가 일변하더니.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매칭 결과가 도착했습니다.] [당신의 데이트 상대는…….] [이제 날 봐도 아무렇지 않아?] [형은 문을 열어 주기만 해요. 내가 데리러 갈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짝사랑 상대와 비게퍼를 하라고요?

소꿉친구랑 한 그룹에서 데뷔하게 됐다. 무사 합류를 위해 ‘비게퍼’를 하는 조건으로. (*비게퍼 : 비즈니스 게이 퍼포먼스) “저 얘랑 0세 친구예요. 그런 거 어떻게 해요…….” “누가 진짜 사귀라니? 시늉만 하자고, 시늉만.” “아니. 그것도 좀……. 시대가 어느 시댄데요, 대표님. 이런 거 잘못 팔면 역효과만 나요!” 좋아하는 척을 어떻게 하는데? 이미 좋아한다고! “나지한, 너도 듣고만 있지 말고 뭐라고 좀 해 봐. 어?” “괜찮지 않나.” “……뭐?” “네가 욕 좀 덜 먹고 나랑 데뷔한다는데 비게퍼가 문젠가? 너랑 사귀래도 상관없거든, 난.” “야.” “대신 조건이 있어.” “너는 또 뭔데…….” “다른 놈이랑 하지 마. 나는 그 꼴 못 봐.” 나는 이마를 치며 중얼거렸다. 다정이 죄라면 나지한은 사형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