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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써머 (Dear, Summer)

※ 본 작품은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가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누군가는 청춘이라 말하는 열여덟. 여느 때처럼 돌아온 여름도 사율에게는 그저 지루한 계절의 일부일 뿐이었다. “선배는 나쁜 사람 아니잖아요.” “혹시, 얼굴 보고 사람 믿어?” 포물선을 그리는 야구공처럼 툭, 그가 그녀의 삶 속으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선배는, 아무 여자애들한테나 다 다정해요?” “나는 너한테만 헤퍼.” 비누 향기를 풍기는 하얀 교복 셔츠와 유리알처럼 새까맣게 반짝이는 눈동자. 열아홉 현시준은 장맛비처럼 사율의 모든 순간을 적시며 스며들고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9년 만에 거짓말처럼 다시 그녀의 앞에 나타난 남자. “공사 구분 할 줄 몰라? 선 지켜.”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다정했던 그가, 유일하게 그녀에게만 다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그 여름 언젠가처럼 그를 흔드는 사율. “지금 너 열여덟 아니야. 키스에서 못 멈출 수도 있어.” “알아요.” 얽히는 혀끝에서는 여름의 단맛이 났다. 가장 순수했던 한때의 계절이, 미성년의 경계를 넘은 순간 뜨겁게 들끓기 시작한다.

문정

※ 본 작품은 가스라이팅과 같은 트리거 유발 소재 및 장면 등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습한 하절기면 물안개로 가득한 도시, 문정. 채온은 엄마를 따라 어딘가 으스스하고 비밀스러운 저택, 송백원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첫째 도련님, 오만하고 냉정한 장태하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는데……. “네 주제에 맞게 굴어, 채온아. 적당히 기어오르고.” 그녀를 멸시하는 것 같다가도, “피아노, 치고 싶으면 치러 와.” “……네?” “알잖아. 내가 언제 오고, 언제 나가는지.” 채온의 마음을 온통 쥐고 흔들다 불쑥 떠난 남자. 그리고 3년 뒤, 그는 그녀가 그리는 가장 완벽하게 무르익은 남성의 모습이 되어 돌아온다.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되기 위해서. “약혼녀, 있으시잖아요.” “왜. 법적으로 그런 건 안 된대?” 그녀의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욕망을 자꾸만 건드리는 장태하에게, 자꾸만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이 자라난다. “좀 더 솔직하게 굴어 봐. 더 까졌잖아, 너.” 그가 어떤 속내를 품고 제게 접근했는지도 모르고.

방백

평생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던 은재를 끝끝내 사랑하지 않은 단 한 사람이 있었다. 한때는 유일한 사랑인 줄만 알았던 남자. 그녀의 남편, 차도훈. 늘 그만 바라왔던 은재가 돌려받은 것은 철저한 기만뿐이었다. “나로 만족이 안 되면, 다른 남자와 뒹굴어도 상관없어.” “싫어. 나한테 다른 남자 같은 거 없어.” 애타는 은재에게 마음 한 자락 내어주지 않은 도훈은 끝끝내 그녀가 가진 것마저 전부 앗아가 버린다. 끝끝내 견디지 못하고 그에게서 달아난 은재. 그리고 그녀가 또 하나를 잃은 후, 장례식장에서 다시 조우한 남자. “언제부터 너랑 내가, 누가 죽어야 보는 사이가 됐어.” “개새끼. 내가 하필 너 같은 걸….” “사랑해.” 그녀가 그토록 바랄 때는 외면하던 그가 가증스럽게도 사랑을 말했다. “다시 되돌릴 수 있어. 너만 돌아오면.” 그녀의 세계를 전부 깨부수고 짓이긴 주제에 사랑을 말하는 그의 손에는, 여전히 두 사람의 결혼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오래전 빛 바랜 서약의 증거품이. 일러스트: DAM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