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인연 하나를 지워 선계에서 쫓겨난 선녀, 선화.인연을 지워 버린 남자가 왕일 줄이야.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선화는 왕의 인연을 직접 이어 주려 한다.“내게 주상께서 좋아하는 10가지를 알려 주시오. 하루에 한 가지씩, 어떻소?”“왕이 좋아하는 첫 번째는 공자의 말씀이다.”“아하. 두 번째는?”“두 번째. 그건 손자병법이다.”“……그리고?”“세 번째는 중용, 네 번째는 맹자의 책이다.”아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인연 한번 엮어 주기가 참 쉽지 않다.내관인 척 선화를 속이는 왕.속아 주는 척 왕을 떠보는 선화.심장 없는 왕의 인연은 어디에 있을까?
맹인 소녀 ‘명’은 서낭당 팽나무 요괴에게 구원받고, 은인을 잊지 못한 채 매일 서낭당을 찾는다. 명의 운명은 부모의 업보와 원치 않는 혼인으로 뒤틀려 있다. 요괴는 그녀에게서 목연이라는 이름을 얻고, 명의 운명을 거스르기로 선택한다. 눈을 잃은 소녀와 나무에 깃든 요괴의 운명을 거슬러 맺어진 사랑 이야기. * “제가 서낭신님이라고 부르는 게 싫으시다면, 이름을 알려 주세요.” “……없다.” 참혹하기까지 한 그녀의 인생이 가여워서 그랬던가. 제가 왜 이런 대답을 하고 있는지, 나무는 도무지 제가 이해되지 않았다. 명이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면, 제가 이름을 지어 드리면 어떨까요?” “웃기는 소리.” “목연. 목연 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나무 목에, 인연 연? 설마, 나무와의 인연이라는 뜻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나무 목에, 연못 연입니다.” 나무가 한쪽 눈썹을 크게 들어 올렸다. 명은 제 작명이 꽤 마음에 드는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낭신님의 눈이……, 아니 목연 님의 연녹빛 눈동자가 연못 같기에 그리 지었습니다. 고요하고 또…… 아름다워서.” 나무, 아니 목연은 무슨 대답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명은 자세를 바로 하더니, 목연에게 천천히 절을 올렸다. “진즉에 이리 제대로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지요? 목연 님께서는 저를 구하지 않았다고 하셨으나, 저는 그날 목연 님이 없었더라면 죽었을 겁니다. 줄곧,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내가 행하는 모든 일이 너희의 파멸이 되리라.” 역모의 죄를 뒤집어쓰고 하루아침에 가문이 멸문당한 소연화. 자신의 가문을 이용한 황자 상황을 밀고해 역모의 죄를 뒤집어씌운 황비 그리고 사사로운 감정으로 멸문을 명한 황제. 그들 모두에게 복수하기 위해, 연화는 남장한 채 간신 ‘조환’이 되어 황궁에 잠입한다. 그러나 6년 만에 황자, 단휘를 다시 만나는 순간. 진작에 다 내버린 줄로만 알았던 감정들이 몰려온다. 죽이고 싶은 첫사랑, 미칠 것 같은 분노와 연모. 죄책감의 끝은 어디일까. ▶잠깐 맛보기 “간신 조위의 아들이며, 명옥궁의 전감이라. 과연, 누구를 닮았는지 버릇이 없구나.” 일개 내관이라면 황족에게 감히 보일 리 없는, 불손하기 짝이 없는 눈빛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려 짓씹듯 덧붙였다. “달콤한 말만을 뱉어 내는 간신이라, 외양 또한 달콤하구나. 하마터면 속을 뻔했어.” 경멸 어린 어조였다. 명백한 희롱이었다. 연화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단휘는 태연하게 제 시종이 바치는 수건에 손가락을 닦았다. 그리곤 발치에 아무렇게나 떨어트렸다. “내, 충고 하나 하지. 그대는 앞으로 입을 다무는 게 좋겠다.” 그의 발이 피로 얼룩진 수건을 짓밟았다. 더럽고 불결한 것처럼. 내킬 때 가지고 놀았다, 무참히 버려졌던 저처럼. 메마르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연화의 머리칼을 흐트러트렸다. 연화는 풀어 헤쳐진 머리칼을 정돈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바르르 떨었다. 단휘는 그런 연화가 재미있다는 듯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역겨운 목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