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미친 눈을 마주하는 순간 지원은 깨달았다.저놈 말대로 이번엔 정말 벗어날 길이 없을 것 같다고.단순한 교복조차 잘 어울렸던 열아홉의 박태혁은,이제 양복이 완벽하게 어울리는 스물아홉의 남자가 되어테일러 지원의 앞에 고객으로 나타났다.“덕분에 십 년 동안 나도 천하의 나쁜 놈이 됐거든.”예나 지금이나 위험할 만큼 아름다운,아름답다 못해 농염한 그가 지원을 뒤흔들었다.지원은 노골적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그의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다.이 감정은 죄책감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사랑이라는 말은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다.왜냐하면......‘박태혁은…….’내가 망가뜨린 사람이니까.완벽히 재던 이성이, 잠시 망설이는 사이본능적으로 그에게 이끌리고 말았다.“넌 모를 거야. 네가 날 얼마나 조급하게 만드는지. 네 숨소리는 또 얼마나 야한지.”슬며시 올라가는 그의 부드러운 입꼬리와 다르게차가운 눈동자는 뒤틀린 욕망에 젖어 있었다.《완벽히 재고, 아찔하게 조이는》
차가운 눈이 내리는 겨울, 저를 흉물 취급하던 남편이 죽었다. 결혼 이후, 단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 없던 남편이. “어쨌든 네 남편의 아이다. 소홀히 하지 말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남편의 비서는 그의 아이를 배고 있었고. 비서의 아이를 제 아이로 만들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율영은 임신한 척 살게 된다. 시어머니의 홀대와 제 자리를 꿰차고 앉으려는 비서의 천대. 괜찮다, 익숙하다 말하는 율영에게 불붙은 마차처럼 달려드는 이가 있었으니. “당사자는 괜찮다는데, 왜 나는 이렇게 빡이 칠까.” “…네?” “네가 이런 취급을 받는 게 화가 난다고. 여전히 바보 같아서 돌아버릴 것 같다고.” 과연 언제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 남편을 죽인 것 같은 사람이, 저를 집어삼킬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