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희
찬란희
평균평점
내가 살아남아야 하는 시나리오

‘직접 쓴 시나리오 속 남자주인공이 최애의 얼굴로 나타난다면?’회사에서 정리 해고당한 평범한 직장인 김지연,서점에서 폭발 사고에 휘말린 이후어쩐 일인지 고등학교 때 썼던 시나리오에 빙의했다.이제는 김지연이 아니라 고등학생 김연조.여주의 남자친구 서이안을 짝사랑하는 서브 캐릭터로 살아가야 한다.다만 문제는 남주에게 고백하는 순간마다 죽게 된다는 것!새 삶을 얻었는데 또다시 죽을 수 없지.이번 생 목표는 절대 서이안과 얽히지 않는 거다.하지만 고등학교에 등교한 첫날,하얗고 맑은 얼굴의 ‘아이돌’ 서이안이 눈앞에 서 있었다.자신이 사랑하던 과거 모습 그대로.#현로판 #하이틴로맨스 #평범녀 #아이돌남주 #조연로맨스 #빙의물 #학원물* * *최애 얼굴을 가진 이가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봐야 할 속은 쓰리겠지만.내 길을 고수해야 했다. 저 얼굴에 홀리지 말고. 가까워질수록 내가 위험해지니까.그때였다.소란한 운동장을 내려다보던 서이안이 내 쪽을 바라봤다.‘뭐지? 눈을 안 피하네.’서이안이 나를 그렇게 봐야 할 이유가 뭔데.설마 내가 마음에 드나…?아니면 같이 빙의했다는 전제하에 서점에서 마주친 그 애라는 걸 알아본 건가?“그만 좀 봐.”역시 김지연, 아니, 김연조의 삶에서 낭만적인 기류가 흐를 리가 없지.“시계 본 건데?”하하, 냉정해. 쟤는 얼굴이랑 이름만 가져온 서이안일 거야.절대 내 최애 인성이 저럴 리가 없다. 여기는 시나리오고, 가짜 세상일 텐데 뭐 그리 긴장했지.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때였다. 내 뒤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우드 향이 훅 불어왔다.“…말이 좀 셌던 것 같네. 미안.”엥? 당황해서 목 디스크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올려다보니 서이안이 있었다.

당신이 입을 웨딩드레스

멸문 직전의 가문을 먹여 살리고자 의상 일을 배웠다.그리고 나, 다프네는 '제국 최고의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됐다.아카데미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레나의 드레스만 만들어주고 맞이하려고 했던 일 년의 휴가.하지만 나의 소중한 친구는 결혼 직전에 홀랑 도망을 가버렸다.그러니까… 본인의 예비 신랑 에딘 리체바르덴만 남겨두고 말이다."다프네 양, 저는 지금 결혼이 급하거든요."예, 그러니 약혼도 서둘러 하셨겠죠."어쩔 수 없이 저와 결혼해 주셔야겠습니다."잠깐만요.제가 왜 그쪽과 결혼을 해야 하나요?졸지에 친구의 예비 신랑에게 새 짝을 찾아줘야 하는 위기에 놓였다.나는 그냥 얼른 일을 해결한 다음 휴가지로 뜨고 싶은데."당신 아닌 다른 레이디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당신이 내 운명인 걸 알고 있다고."이건 또 대체 무슨 소리일까.대공님의 운명이 나라는데?정신 차려보니 대공님의 역경을 내가 같이 해결해 주고 있는데?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너에게

“내가 말했던가, 인어라면 치가 떨린다고.” 냉소적인 목소리에 아일라는 입술을 물었다.  “경고하지만 남편의 의무 따위,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테오도어 데본셔우트는 아일라 파노페아를 증오한다. 이건 절대 변치 않을, 불변의 명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아일라는 인어였고, 그 빌어먹을 인어로 인해 테오도어는 형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너는 모른다. “테오, 제발 날 기억해내 줘.” 테오도어, 네가 그토록 찾아 헤매는 과거의 인연이… 바로 나라는 걸. ***  “아일라. 그동안 대체… 무슨 짓을 해 온 거지?” 테오도어의 손이 덜덜 떨렸다. 아일라의 새하얀 살결 위로 벌어진 상처에서 흐르는 피에 덜컥 숨이 막혀 왔다. “미래를 본다는 게 이런 방식이었던 건가?” “왜요. 이제는 제가 쓸모가 없나요?” 마치 저울대 위에 올린 물건처럼 가치를 운운하는 지친 목소리. 버석하게 메마른 아일라의 시선을 마주한 그날, 테오도어의 세상이 무너졌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아일라에게 준 상처는,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