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거나 미친 또라이.“사이코패스는 아니니까 앉아요.”결혼을 한 달 앞두고 죽은 약혼자의 49재 날. 약혼자의 친구인 정재하가 갑자기 나타나 결혼을 제안한다.“중동 쪽으로 출장을 갑니다. 다녀오면 바로 결혼합시다.”사이코패스는 아니라니 미친 또라이가 맞나 보다.아니면 처음 본 제게 밑도 끝도 없이 결혼하자고 하겠는가.“눈 보면 알겠지만, 맛이 갔죠?”그가 던진 서류 봉투 속에는 헐벗은 채로 여자들과 뒤엉켜 있는 약혼자 박이현이 있었다.“박이현 기사를 덮기 위해 백희수 씨를 제물로 쓰려는 모양입니다.”사흘 뒤 나올 기사에는 제가 돈을 목적으로 접근한 걸 안 박이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쓰여 있었다.“이런 이야기 해주시는 이유가 뭐죠?”“산 사람은 살라고.”“죄송하지만 그냥 솔직히 말씀해주세요.”믿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희수에게 재하가 툭 던지듯 말했다.“굳이 이유를 대자면 첫사랑이라서?”
“신부만 바꿔 결혼식은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약혼자가 바람을 피웠다. 그것도 제 형과 결혼을 앞둔 여자와. “짐승도 아니고, 그렇게 짝을 바꾸다니.” “이미 그 둘은 짐승입니다.” 하지만 약혼자의 형인 최윤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결혼을 강행시키고. “정 힘들면 5년만 버텨. 재문 그룹에 종속된 모든 걸 풀어줄게.” 대가로 재문 그룹의 액받이 역할과 부모의 빚에서 놓아준다고 약속한다. “연락드리겠습니다.” “미련하긴.” 윤혁이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그때는 몰랐다. 그 여유로운 미소 뒤에 감춰진 진실을. “받아적어요. 재문 그룹 최윤혁과 서도화 이달 말 결혼. 이번에는 아침에 터트리세요.” 모든 건 그녀를 갖기 위한 그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밤이든 낮이든 부르면 와. 그게 네 역할이니까.”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왔을 때, 차유건의 자리는 사라진 뒤였다. 목숨처럼 사랑했던 문지수는 친구의 아내가 되었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까지 낳았다. 문지수는 말했다. “죽은 남편의 아이만이 삶의 이유예요. 다신 날 찾지 말아요.” 사랑이 배신으로 변한 순간, 남은 건 분노뿐이었다. “한 달, 내 집에서 파트너로 살아.” 사랑했던 만큼 복수는 잔인해야 했다. *** “이쯤에서 그만둬요. 원한다면 무릎 꿇고 빌게요.” 죽은 줄 알았던 차유건이 돌아왔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 기쁨으로 가슴이 요동쳤지만, 진실을 말하는 순간 유건도 아이도 위험해질 것이기에 지수는 침묵을 택한다. 그 대가로 시작된 낮과 밤의 삶. 낮에는 고용인들의 멸시 속에서 일하고, 밤에는 유건의 침실로 불려 가야 했다. “이건 계약일 뿐이에요.” 그에게 마음이 흔들릴 때면, 칼날 같은 말로 선을 그었다. 서로를 사랑하면서 다가갈 수 없는 두 사람. 애증으로 얼룩진 밤이 끝없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