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도 밥이 들어가냐?”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건가.. 수학 못 한다고 이렇게 인격 살인 당해도 되는 건가?“한현호! 재수 없어! 재수 없어! 세상에서 제~~ 일 재수 없어!”그로부터 12년 후.두뇌천재, 얼굴천재지만 세상에서 가장 재수 없던 과외 선생이 세원의 팀장이 되어 나타났다. 어릴 때도, 지금도, 갑이 된 이 남자. 직장 생활이 고달플까 지레 겁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기억과 달리 이렇게 자상한 남자였던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중학생 꼬마가 언제 저렇게 여자가 되었지? 그런데 뭐? 갑자기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겠다고? 어이없다가도 남자친구 때문에 서럽게 눈물 흘리는 제자가 자꾸만 신경 쓰인다. 내 눈에는 아직 챙겨줘야 할 어린애일 뿐. 그런데……. 비에 젖은 그 애의 입술 하며, 잔털이 송송한 목덜미를 난 왜 자꾸 훔쳐보는 건데…… 설마…… 설마……. 내가 저 꼬맹이를 좋아한다고? 게다가 양방향도 아니고 일방향이라고? 한현호 팀장은 지금 짝사랑 중이었다.
차현그룹 재벌 3세 차이준 앞에 새벽안개처럼 아연하고 산속 호수처럼 맑은 여자가 운명처럼 나타났다. 그녀를 품은 밤은 꿈결처럼 아름다웠다. 그러나 다음날 이름도 모르는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단 하룻밤이었지만 이준은 평생에 걸쳐 만나기 힘든 운명이었음을 직감하고 그녀를 찾아 헤매다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을 잃게 된다. 그로부터 5년 후, 차현백화점 부사장이 된 이준의 눈에 자꾸만 밟히는 아련한 여자. 이준의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여인의 잔상과 그녀가 자꾸 겹쳐 보이고, 청소원인 보잘것없는 그 여자를 볼 때마다 그의 심장은 고장 난 것처럼 저릿하다. “이 연 씨, 내가 지켜줄게요. 내가 당신의 방패가 되어줄게요. 나, 꽤 능력 있는 남자예요.” “그쪽은 이복언니와 약혼하기로 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날 포기할 겁니까?” “욕심내기에는 당신은…… 다른 세상의 사람이에요.” 눈물을 흘리는 여자의 입술을 덮치는 남자의 입술은 데일 듯 뜨거웠다. “너 없는 세상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 사랑해 봐. 죽도록 날 사랑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