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린
김이린
평균평점
이토록 불순한 동거

콰광-!응접실 안쪽에서 난데없는 폭발음이 들려왔다. “이 비서, 무슨 일이지? 이 비서, 이아윤 씨!”고즈넉한 대저택의 한 층은 [상호 협의에 따른 결혼 계약 매뉴얼]상 아윤의 구역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그 사실을 떠올릴 여유도 없이 태하가 급히 발길을 돌렸다.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것은 아윤의 격한 외침이었다.“3시 방향으로 피하세요! 그다음 사슬 공격 나옵니다!”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태하는 의문을 멈출 길이 없어 소리가 나는 방문을 살짝 열어봤다. 그러자 컴퓨터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아윤이 헤드셋을 끼고 모니터에 들어갈 정도로 몰입한 모습이 보였다.“지금 딜 모자라요! 더 극딜해 주세요! 보스 12시로 몰게요!”회사에서의 완벽한 이 비서는 온데간데없고,까만 뿔테 안경을 쓴 채 머리를 틀어 올린 아윤이 비장하게 외쳤다.이쯤 되면 살짝 무서울 지경인데.정체불명의 복슬복슬한 잠옷을 입은 저 여자가 자신이 아는 이 비서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걸까.”천하의 서태하가 난생처음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마주한 사람처럼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읊조렸다.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이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불순한 계약 동거의 첫날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밀이 있다

“사랑은 일시적인 호르몬 분비 때문에 느끼는 감각에 불과해. 6개월이면 사라지는 것들이지.” 청운 그룹의 젊은 대표이자 유일한 휴계자인 이도하. 그는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나 모든 걸 의심하며 살아왔다. 사랑도 사람도 신뢰하지 못하는 지독한 비혼주의자인 그에게, 결혼은 그저 속박이고 불합리한 제도일 뿐. 그런 그가 오랜 의식 불명에서 깨어났을 때, 그 여자가 나타났다. "저예요. 당신의 아내." “내가 결혼 같은 걸 했을 리가 없어.” 제게 아내가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모든 현실은 이 결혼이 진짜라고 말하고 있었다. 과연 은서는 자신이 도하의 아내라는 것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녀가 가진 비밀을 오랫동안 숨기면서.

비서, 도망치다

“난 연애가 소모적이라는 결론을 진작 내렸어. 하지만 한 달이라면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다는 결론도 같이 내렸지.” 재계에서 탑을 달리는 고강 그룹의 장남다운 발언이었다. 그 누구든 고유현 전무에게는 한 달짜리 연인일 뿐이었으니까. 그러나 백설은 그 한 달만이라도 갖고 싶었다. “나와 보내는 시간은 무척 특별할 거야. 그것만은 장담하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무려 3개월이나 이어진 특혜. 백설은 그 시간이 더 길어지기를 바랐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내겐 아내도 아이도 필요 없어.” 그와는 감히 미래를 그릴 수 없었다. 백설은 차분히 제 아랫배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마음을 굳게 먹은 후, 한 발짝을 내디뎠다. 돌연 그녀를 잃어버린 남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