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지 않았나. 내가 어떤 놈인지.” 남자의 눈빛은 무섭도록 싸늘했다. 실낱같은 미련, 연민조차 없었다. “그럼 왜 날 안았어, 그렇게 날….” “연애하는 사이에 그 정도 갖고.” 버티면 버틸수록 그는 더욱 잔인하게 밀어냈다. “널 얼마든지 안을 수 있어. 버릴 수도 있고.” 저를 비참하게 버렸던 남자가 신임 경호실장으로 다시 나타났다. *** “경호를 맡았을 때 이 정도 각오는 했어야죠.” 남자의 가면을 벗기겠다고 마음먹었다. 저를 뜨겁게 품었다가 단칼에 버리고 간 그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마지막 소매 단추까지 풀고 셔츠를 벗은 남자가 냉소적인 눈빛으로 물었다. “더 벗을까요.” 사랑해 마지않던 순간에 당신이 날 어떻게 버렸는지, 이제부터 똑같이 해줄게. 그 진실을 알게 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다. “한 실장님도 잘해요?” “…….” “그 남자만큼, 미치도록 잘하려나?” 그래서 결심했다. 당신의 진심을 알 때까지 절대 멈추지 않을 거야.
VIP 전담 간호를 맡게 된 레지던트 2년 차 설연. VIP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 심장이 얼어붙었다. 잊을 수 없던 첫사랑. 14년 전, 연기처럼 사라졌던 남자는 기억을 잃은 채 돌아왔다. * * * “대안 있어요?”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볼게요.” “난 물고 빨아야 풀리거든. 그 대안이 당신이면, 생각해 보지. 치료를 빌미로 아찔한 호출을 이어 가는 남자. 남자의 차가운 손길이 닿을 때마다 뜨거운 시선이 몸을 훑을 때마다 과거를 잊으려는 설연의 다짐은 속절없이 흔들린다. “당신은 나를 치료하고, 난 너를 안으면 공평하지.” 미처 채우지 못한 갈망이, 어긋난 채 끝나 버린 그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고. 그녀를 탐하는 남자. 그에게 무너지는 여자. 밤이 깊어질수록, 진실은 더욱 짙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