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하룻밤을 드릴게요.” FN그룹에서 해고 위기를 맞게 된 윤서는 유일한 구원자 태이헌을 찾아 제 몸을 던졌다. 경험은 없었지만 당장 그의 손길만이 자신을 살릴 수 있었다. “내가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자신 있어서요.” “자신이라면?” “저랑 보내는 밤, 재미있으실 거예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FN그룹을 떠날 수 없었다. 윤서에게 태이헌과의 거래는 절실했다. * FN그룹의 차남이자 망나니란 소문을 가진 그였으니 하룻밤을 잘 이용한다면 쉽게 제 요구를 들어줄 것 같았다. 그래서 윤서는 태이헌에게 하룻밤을 외쳤고 결국 원하는 대답을 얻었다. “기대에는 못 미쳤지만 요구를 들어주도록 하지.” “근데 고작 하룻밤만으론 어림없고.” 얻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대가로.” 숨이 닿을듯한 거리까지 다가온 이헌이 윤서의 턱을 들어 올렸다. “널 가져야겠어.”
“한서아 씨를 갖고 싶다고요.” 윤도국은 ‘상사의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을 건넸다. “한서아 씨는 나한테 아버지 약점 쥐여 주고, 나는 한서아 씨가 한중혁 고문한테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 “내 손 안 잡을래요? 꽤 괜찮은 거래잖아.” 각자 목적은 다르지만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행위, 거래. 남자의 제안에 일순 서아의 눈동자에 이채가 너울거렸다. “근데 고작 아버지한테 복수나 하자고 한서아 씨를 갖고 싶을까.” 그때 나직한 목소리가 한 번 더 흘러왔다. “그게 무슨…….” “한서아 씨가 그런 표정 지으면 내가 좀 힘듭니다.” “뭐가 힘든데요?” “그렇게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히는데 인내심이 남아날 리 없잖아요.”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남자는 싱긋 웃었다. * * * “저를 좋아하세요?” “글쎄요.” “안 좋아하시잖아요.” “그래도 가질 수는 있지 않나.” 그렇대도 불쾌해할 필요는 없었다. 저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이 남자가 아무것도 갖지 못한 자신에게 마음을 품었을 리 없을 테니까. 설령 그렇다고 한들, 찰나에 그치는 알량한 호기심일 것이다. “몸을 갖고 싶다는 말씀이세요?” “그럼 나랑 자 주시려고?” 그런데 자꾸만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강성그룹의 차남 강태신. 그리고 저택 별채에서 더부살이 신세를 지는 정유원. 아버지는 강성그룹 회장을 위해 목숨을 바쳤고, 어머니는 강성그룹의 지원을 받아 값비싼 병원에 입원했으니 유원은 태신을 감히 거스를 수 없었다. 결코, 그럴 생각조차 없었는데……. “벗어 봐.” “……네?” 도움을 구하자 예상하지 못한 요구가 건너왔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남자를 바라본 순간. “네가 못 벗겠으면 벗겨 줄 수도 있고.” “…….” 유원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손에 쥔 술잔을 그대로 그의 머리 위로 기울였다. 강태신에게선 더는 빛이 나지 않았다. 적어도 유원은 그렇게 느꼈다. 늘 반짝거리던 첫사랑이 눈앞에서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노 비서는 참 욕심이 없어.” 모든 것을 지배한 모든 것의 주인, 제우스. 진영그룹의 주인이 될 제우혁. 그가 건넨 한마디는 늘 지안을 옭아맸다. “자고 갈래?” 대체 이 남자는 무슨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일까. “내 볼일, 노 비서 소개팅 파투 내기거든.” “노 비서한테 미친놈처럼 보이지는 않아?” 처음 밤을 같이 보낸 다음 날,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전한 남자가 자꾸만 다가온다. “네가 안 넘겠다는 선, 내가 넘어 보려고.” 비죽 미끄러진 입술이 뱉은 말은 정말로 혼란스러웠다. 지안의 심장 박동은 빠르게 요동쳤다. * * * “……그래서 재밌으세요?” 더운 숨을 뱉어 낸 지안은 제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안은 눈동자를 깜빡거리면서도 우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니, 그 묵직한 시선을 피해야 했을까. “재미도 있고. 눈도 돌아 버리겠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물리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몇 초 사이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