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많은 거 중에 왜 하필 인형인데!?”나는 못생긴 인형에 빙의했다.그것도 최애의 인형이 된 죄로 조무래기 악역 엑스트라에게 찢겨 죽는 인형.그래서 팔리기 전날, 야반도주를 하리라 결심했는데……!“엄마야!”사람으로 변했다?하찮은 인형 엑스트라치고는 과한 설정에 정신없어 죽겠는데,“앞에서 걸리적거리지 말고, 저리 비켜.”최애인 흑막, 칼리온과 만났다.그것도 아직 흑화 전인 어린 시절의 그 말이다!결국 그 계기로 도망친 보람없이 그의 인형이 되어 버렸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최애의 흑화를 막기로 마음먹었다.인형일 때와 사람이 될 때를 적절히 이용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사람이 맞아? 조각이 걸어 다니는데?”“아무래도 신이 내게 줄 외모를 칼리온한테 다 준 모양이네.”“얼굴만 봐도 재미있어.”물론, 그 전에 최애를 향해 주접도 적당히 떨어줄 필요가 있지.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인형이 하는 말을 듣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넌 가끔 내가 네 말을 듣고 있다는 걸 잊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아, 여기 있네.표지 일러스트: 료타이틀 디자인: 예낭
마차 사고가 일어난 순간, 떠올랐다. ‘내가 책 속 엑스트라로 환생했다고?!’ 거기다 환생한 인물의 끝은 이유 모를 사망 엔딩이라는 것! 앞으로 남은 시간은 1년. 일단 거추장스러운 원작 남주 짝사랑 설정값부터 비틀기로 마음먹었다. “전 결심했죠. 에르덴이 아닌 그 누구와도 연애하지 않을 거라고요!” 날 만년 2등으로 만들었던 내 평생의 라이벌이자, 3년 만에 재회한 에르덴을 이용해서. 그런데. “그렇게 해.” “뭐, 뭘?” “연애하자고.” 왜 그 고백을 받는 건데?! *** 에르덴과 계약 연애를 시작했다. 심지어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되면서 우리는 공공연한 닭살 커플(?)이 되었다. 이만하면 각자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가 발렌타인이라고!?” 여태껏 내가 계약 연애했던 게 소설 속 잔혹한 흑막이라니? 죽음에 대한 실마리도 찾았겠다, 원작의 주 무대에서 빠르게 사라지려 했는데… “에르덴?” 몰래 도망친 곳에는 턱을 괸 채 여유롭게 웃는 에르덴이 서 있었다. “시엘리, 나 없이 재미있었어? 난 아니었는데.” “….” “혹시 또 도망갈 생각이면 그렇게 해. 널 찾으러 가는 것도 제법 설레고 좋아서.” 정체를 숨겼던 흑막이 어쩐지 다른 쪽으로 흑화한 것 같다. ‘내 계획에 이런 어마어마한 원작 비틀기는 없었는데?’ 나 로맨스 찍을 때가 아니라니까? 조금 있으면 죽는다고!
남주를 사랑했지만 그의 가문의 원수가 되어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악녀에 빙의했다. 그래서 원작대로 죽음을 맞기 전에 도망치려 했지만.... 남주의 누나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인 리즈의 부탁에 결국 도망치지 못했다. 그 대신 아버지를 설득해 어린 남주를 약혼자로 만들어 보호하기로 했다. "제 약혼자로 삼아 주세요. 괜찮잖아요? 인질로." 나는 그렇게 완벽한 악역이 되었다. *** “복수를 할 때가 되면, 난 당신을 제일 먼저 죽일 생각이야.” 내게 복수의 칼날을 가는 세드릭을 보는 건 괴로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건, 그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었다. "아리엘. 제발 날 욕하고 때려. 그래서 내가 널 원망할 수 있게. 빌어먹을 당신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백을 듣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그가 복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악역의 자리를 지키기로. 그를 위해 영원히 떠나기로.
남주를 사랑했지만 그의 가문의 원수가 되어 죽임을 당하는 비운의 악녀에 빙의했다. 그래서 원작대로 죽음을 맞기 전에 도망치려 했지만.... 남주의 누나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인 리즈의 부탁에 결국 도망치지 못했다. 그 대신 아버지를 설득해 어린 남주를 약혼자로 만들어 보호하기로 했다. "제 약혼자로 삼아 주세요. 괜찮잖아요? 인질로." 나는 그렇게 완벽한 악역이 되었다. *** “복수를 할 때가 되면, 난 당신을 제일 먼저 죽일 생각이야.” 내게 복수의 칼날을 가는 세드릭을 보는 건 괴로웠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지치게 만드는 건, 그가 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일이었다. "아리엘. 제발 날 욕하고 때려. 그래서 내가 널 원망할 수 있게. 빌어먹을 당신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게."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백을 듣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그가 복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악역의 자리를 지키기로. 그를 위해 영원히 떠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