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간 봉인되어 제국을 지키던 영웅이 눈을 떴다.그것도 결혼식장, 신부인 로샨느 레일라텐의 모습으로.“혹시 이거, 내 결혼식이야?”검과 마수도 없고, 시체도 피도 없다니! 무수히도 많은 죽음을 밟고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누비던 과거와는 달랐다.“세상은, 세상은 이렇게 다채로웠구나…….”처음 느껴 보는 평화에 로샨느가 감동의 눈물을 글썽거렸다.“왜 저래?”“몰라. 팔려 가는 결혼식 앞두고 미쳤나 봐.”하녀들이 숨죽여 우는 로샨느를 미친 사람 보듯이 보며 소곤거렸다.됐고, 일단 팔려 가는 이 결혼식부터 엎자!“오늘 결혼식은 취소야, 공작. 상대는 변태고 나는 변태를 좋아하지 않거든.”***어떻게 찾은 자유인데 다시 봉인될 생각은 없다. 완전한 자유를 찾기 전까진 힘을 숨길 생각이었는데.“크윽! 살, 살려 줘.”“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이! 너 대체 정체가 뭐냐!”큰일 났다. 힘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여전히 내가 제일 강하다.게다가……“네가 레일라텐 가문의 후계자다.”“나 멀리 나가서 혼자 살 거야. 떠날 거라고!”“안 돼! 난 네가 아니면 자식도 없어! 오늘부터 후계자 수업받을 생각이나 해!”레일라텐 공작은 갑자기 후계자가 되라고 하지를 않나.“공녀. 난 이기적인 놈이라 나한테 필요한 건 절대 놓지 않거든. 난 공녀가 필요해.”“잘됐네. 난 나빠서 나한테 필요하면 이용하거든. 난 대공을 이용하기로 했어.”“공녀.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부디 앞으로도 나한테만 나쁘길 바랄게. 이런 나쁜 짓은 평생 나한테만 해 줘.”황제의 조카, 체이튼 바르페우스는 시도 때도 없이 손을 붙잡는다!황태자는 황후가 되어 달라고 하고! 유능한 보좌관은 주인으로 모시게 해 달라고 애원하며! 사교계의 샛별은 친구가 되겠다고 나서더니! 심지어 천재 마탑주는 존경한단다!다들 나한테 왜 이러지? 설마 내가 누군지 이미 들킨 건 아니겠지?! 힘을 숨겼는데 왜 여전히 내가 제일 강한 거야!
나는 교황이 키워낸 완벽한 첩자였다.크라이탄 공작가의 가보를 훔치라는 임무를 위해 소인화 물약을 먹고 잠입하려 했다.“내 손 왜 이렇게 작아? 내 목소리 뭐냐구. 아! 내 발음! 내 키는 왜케 작아.”하지만 뭔가 잘못되어 다섯 살 어린아이가 되었다.임무에 실패하면 기다리는 건 죽음뿐.살기 위해 다섯 살의 몸으로 뭐라도 하려고 했는데.“레포냐 크라이탄. 오늘부터 내 딸이 될 아이다.”공작가의 막내딸로 입양됐다.이것도 잠입이라면 잠입인가. 후……***아무래도 공작은 잃어버린 딸의 대용품으로 날 입양한 것 같다.좋아! 어차피 나도 가보를 찾기 위해 적당히 이용할 생각이었어!이렇게 된 거 파양되기 전까지 공작가를 제대로 즐겨야겠다.분명 그랬는데...“포냐. 앞으로 작은 상처라고 해도 무조건 치료해. 이건 가문의 규칙이다.”“솜뭉치. 가위로 커튼을 찢어도 뭐라고 안 해. 여긴 네 집이잖아?”“포냐. 내 동생. 우리 막내가 원하는 건 평생 다 줄게. 막내는 웃기만 해.”이 사람들은 왜 피도 섞이지 않은 내게 잘해주는 걸까?임무를 위해 입양으로 잠입한 것뿐이다.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말고 도망가야 하는데. “날 길들여 놓고 어딜 도망가. 공녀의 진짜 정체가 뭔지 내가 알게 뭐야.”“…….”“그냥 나 데려가. 어디든 따라가 줄 테니까.”자꾸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내가 이걸 욕심내도 될까요?#육아물 #가족은서로를알아본다 #피는진하다 #쌍방구원 #힐링로코물 #무심녀 #계략집착남 #무자각집착남 #잃어버린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