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금수저 집안, 아름다운 외모, 거기에 완벽한 약혼자까지 모든 것을 가진 ‘리즈벨 프릴리아’.그녀의 앞길은 의심의 여지 없이 꽃길일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불행은 한순간에 찾아온다고 누가 그랬던가?갑작스러운 사고로 그녀의 가족 모두가 죽고, 가문은 순식간에 몰락했다.제국에서 가장 축복받은 존재였던 리즈벨은 어느새 ‘비운의 영애’로 전락하고 말았다.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친우이자 약혼자인 ‘제르이안 이덴베르’뿐.그러나, 그녀는 믿었던 약혼자의 시종이 보낸 포도주를 마시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제2의 인생을 축하해.」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이한 리즈벨의 눈앞에 신기루처럼 푸른 활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네가 가진 신성으로 내가 힘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줘. 그러면 나도 널 도와줄게.」활자의 정체는 천사 미카엘.그와 거래를 통해 다시 눈을 떴을 땐 5년이 지난 미래, 평범하디 평범한 소작농 처녀의 몸속이었다.게다가, 힘겹게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제르이안은 그녀가 아는 그 사람이 아닌 것만 같다.“감히. 하녀 주제에. 날 더 이상 흔들리게 하지 마.”그저 강아지 같았던 녀석이 지금은 왜 퇴폐미가 철철 넘치는 건데?심지어 황녀랑 약혼을 한다고? 대체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뭐야, 내 약혼자 돌려줘요……!
“똑똑히 들어요. 제 이상형은 정확히 그쪽이랑 반대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조금 충격인데.” 브로디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녀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낱낱이 들여다보던 에드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나랑 한번 자는 게 그렇게 어려워?” 브로디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에드문을 쏘아보았다. 석양을 머금은 바다가 무척 아름다웠지만 눈앞에 있는 그녀 만큼은 아니었다. 경멸이 가득 담긴 밤색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이리저리 흔들렸다. 아마 저 순진한 여자는 제 그 쇠심줄처럼 질긴 고집이, 평생 있는 줄도 모르던 그의 가학성을 자극해 왔다는 건 꿈에도 모를 테다. 이쯤 되니 에드문은 슬슬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브로디는 정말로 제게 그 어떤 호감도 느끼지 않는 걸까? 정말? 그렇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진정 그녀와의 하룻밤인가. 혹은, 다른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