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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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해 주세요, 백작님

푸석한 붉은 머리, 비루하게 마른 몸, 블로드웬의 노동자.메이 하우저를 표현하는데 있어 사용되는 모든 단어는 그녀의 신세만큼이나 처량했다.적어도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기묘한 감각이었다. 그것은 흑백과도 같은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지고 그 어떤 것보다도 독보적으로 피어오르고 있었다.“그렇게 원하면……. 그래, 어디 한번 그려 봐.”영겁과도 같던 침묵을 깨뜨린 것은 남자였다. 삐뚤어진 조소가 짙게 떠오른 얼굴로 한 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말을 내뱉는 그를 메이는 한동안 쳐다보았다.“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메이가 물었다.“허락.”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그가 짧게 답했다. 격동하는 산업 혁명 시기,250년간 그 누구도 그릴 수 없었던 백작을 그려낸 화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