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사치스러운 정부가 되는 겁니다.”여왕과의 결혼을 피하고자 들인 가짜 정부, 그악스러운 야만족의 왕녀, 그리고 원수의 딸.그에게는 그녀가 그저 이런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베타는 에이든을 마음에 품었다.“내가 먼저 말을 걸기 전까지 그대는 침묵하는 겁니다.”냉대와, “밖으로 나가게 해주세요, 공작님.”‘보호’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일 년의 기간이 지나 그의 화살에 죽는대도 두렵지 않았다.***하지만 고작 정부였다.침대에 올랐다고 하여 그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 어차피 끝은 파국이었다. 실낱같은 애정 하나만 믿고 곁에 머무르기엔 이미 조각난 마음이었다. 그러니 떠날 수밖에.스베타가 허공에 한 발을 올려놓자 그제야 에이든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알겠습니다. 그대의 뜻대로 할 테니.“"……""제발.“묘한 감상이 들었다. 꼭 애원이라도 하는 것 같지 않은가.늘 반듯하고 완전무결하던 당신이었는데. 항상 무심하던 당신이었는데. 그녀는 천천히 절벽 아래로 몸을 기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