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이용가로 개정된 작품입니다.오늘은 어렸을 적부터 꿈꿔 왔던 나의 결혼식이 열리는 날이자 내 인생의 최악의 날이다.“너랑 결혼하느니 파문돼서 인생 막 사는 게 낫지.”“네 아내가 되느니 야반도주해서 벤자민에게 가정부라도 시켜 달라고 빌지.”세상에 이토록 서로를 혐오하는 부부가 또 있을까.내 예비 신랑은 10년지기 소꿉친구이자 영주의 아들.한때 나의 가장 소중했던 친구는 7년 전 ‘그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틀어져 철저한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다.꿀 떨어지는 신혼 생활은 전설 속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고 어색한 남편에 화병 유발 시집살이는 덤.목표는 오로지 2년 안에 이 영주성을 탈출하는 것.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있었건만."방은 당분간 나랑 같이 써."구 소꿉친구, 현 웬수 미겔이 7년간 숨겨 뒀던 본색을 드러낸다.“앞으로 부모님은 별채에서 머물 거야. 식사도 거기에서 할 것이고.”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시댁을 치워 주기까지.모를 수가 없게 한다. 가문의 원수가 나를 좋아한다.미겔, 우린 분명 서로 죽고 못 살아야 할 앙숙이잖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약혼자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날. 공녀 애거트 이로네는 많은 것을 잃었다. 삶도, 살려는 의지와 의욕도, 웃음과 건강, 그리고 목소리까지. 오직 족쇄 같은 희망만이 그녀에게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부여해 주고 있었다. 이대로 심연까지 가라앉아 그가 있는 곳까지 잠식될 수 있다면……. 그러던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집사가 저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가씨, 오늘 햇볕이 참 좋군요. 산책이라도 하시겠습니까.” 귀찮아, 지겨워. “주방장의 역작 산딸기 마카롱이라고 합니다. 단 것은 처진 기분을 끌어 올려 주기 마련이죠.” 날 제발 그냥 내버려둬. “이봐, 당신이 질질 짜면서 땅굴로 파고들면 약혼자가 돌아와? 정신 좀 차리라고.” ……뭐? 아무래도 새로 온 집사가 미친 것 같다. “……라고 하며 하늘에 계신 약혼자분께서 통탄해하시겠습니다. 아가씨.” 미소만큼은 억만 불짜리인 이 집사, 해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