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엔딩을 알고 있는 역하렘 미연시 게임 속에 빙의했다. 그것도 남자 캐릭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아름다운 ‘엘라 에버그린’ 공녀로! ……아니, 그런 줄 알았다. 모두가 나를 경멸 어린 표정으로 보기 전까지는. “뭐야, 나 주인공 아니었냐고!?” 내가 빙의한 캐릭터는 엘라에게 몰래 독을 먹인 하녀 ‘브릴린’. 이로써 최애랑 해피 엔딩 루트를 타려던 내 계획은 다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게임의 모든 엔딩을 섭렵한 나에게 이 정도는 작은 시련일 뿐.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고 남자 주인공과 이어지지 말란 법은 없다! 최애야, 기다려. 내가 꼭 행복하게 해 줄게! *** 뭔가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가는데? “브릴린, 난 당신이 엘라인 걸 알고 있었어.” “나를 사랑하잖아, 엘라. 아니, 브릴린.” “당신이 엘라든, 브릴린이든 상관없습니다. 저와 다시 한번 사귀어 주세요.” “귀한 손님,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그제야 빙의 전 봤던 안내 문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초기화 오류※] 게임 초기화 오류로 남자 캐릭터들이 이상해진 것 같다. 저는 엘라가 아닌데요……?
“전하, 사랑해요!” 그렇게 올리비아는 오늘도 에드먼에게 직구를 날렸고, “……오늘 안건은 뭐지?” 그는 오늘도 가볍게 무시했다. “전하와 저는 운명 아닐까요?!” 냅다 운명을 논하며 한 올리비아의 N번째 고백이 있던 날. 에드먼은 참았던 화를 터트린다. “내가 너한테 관심 가지는 일은 죽어도 없을 거라고 말했을 텐데?” “제발 이제 그만해! 나는 너 같은 여자애한테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고.” 아무리 매몰찬 거절을 해도 늘 웃기만 하던 눈에 눈물이 차오르는 걸 보고 에드먼은 생각했다. ‘내가 좀 심했나? 내일은 좋아하는 초콜렛이라도 좀 줘야겠군.’ 하지만 그 내일은 오지 않았다. “데이트하기로 했어요, 갤러헤드 님이랑요!” 그녀가 갑자기 다른 남자를 쫓아다니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 언제는 운명이라더니.” 분명 잘 된 일인데, 에드먼의 심사가 뒤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