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주인에게 버림받은 개가 된 기분이었지.” “....” “ 그러니까, 목줄 똑바로 잡아. 물리기 전에.” ***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소설 속 악녀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가 지금껏 집착했던 이가, 미래에 나를 죽이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 전부. "나는 뭐든 쉽다고. 이렇게 너를 버리는 것도." 그래서 서둘러 그를 놔주려고 했을 뿐인데...... "...윽.” 지우현은 한손으로 천천히 자신의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너...너. 이상해. 정신차려. 지우현.” ".....도망 가지 마." 어딘가 하나 망가진 사람처럼 그의 눈이 돌아 있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간지럽혔다. "가이딩 해 줘." 서서히 거리가 가까워지더니, 마침내 점점 포개지는 입술을 느끼며 나는 생각했다. 이건 정말로 어딘가 많이 잘못 되었다고.
“반드시, 어떻게든 대공 전하를 제게 반하게 만들겠다고요!” 남주인공의 동생인 대공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다. 입이 저절로 열리고 말이 멋대로 튀어나왔다. “저, 저랑 사귀어 주세요!” *** 세 달간 어떻게든 대공을 꾀겠다는 일념하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나, 그 무엇도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이제는 정말로 포기할 때였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전하.” “……뭐를 말하는 거지?” “저도 알아요. 그동안 제가 전하를 귀찮게 굴고 곤란하게 만든 거요. 하지만……. 이제 그럴 일 없을 거예요.”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묻잖아. 공녀.” “저 전하 포기했어요. 이제 더 이상 안 좋아해요.” 그 순간, 늘 반듯하던 대공의 얼굴에 처음으로 금이 갔다.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 아버지와의 약속대로 나는 선을 보기 위해 나와 있었으나 상대방이 나타나질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머리 위에서 서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공녀가 이렇게 마음이 가벼운 사람인 줄 몰랐어. 나를 좋아한다더니 이런 곳까지 나오고 말이야. 다 거짓말이었나.” 대공이었다. 허, 마음이 가벼워? “제가 원래 좀 사랑이 금방 식어서요. 전하께서도 잘 아시잖아요.” “……그래?” “그리고 제가 그동안 대공 전하한테만 그런 줄 아시나 봐요. 뭘 모르시나 본데요. 저는 전하 말씀대로 마음이 가벼운 사람이라서 전하가 없는 곳에서도 많…….” “왜 멈추지? 재밌네. 계속 말해 봐. 나 말고 또 누구한테 이랬는지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대공의 눈은 어딘가 맛이 간 것처럼 돌아 있었다. 꼭 그를 찾아내서 죽일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