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골
용암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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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공작 부인과 짐승은

“기어 보라고. 개처럼 헥헥거려 봐. 구두를 혀로 핥아 봐.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개처럼 굴어 봐. 그러면 내가 기꺼이 줄게. 어때. 재밌지 않아? 다 준다니까?” 전남편에 의해 아버지를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굴욕을 당해야 했던 신시아. 그녀는 복수를 위해 저주받은 공작이라 불리우는 헬문트 공작 앞에 섰다. “눈빛이 마음에 들어. 입술도 마음에 들고.” 자신을 잡아먹을 듯 바라보는 위험한 눈빛을 가졌으면서도 기꺼이 복수를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짐승의 손을 잡아 그의 아내가 되었다. “넌 아직 나를 사랑하잖아? 그래서 돌아온 거잖아. 신시아.” 헛소리만 해대는 전남편에게, 신시아는 비로소 완벽한 복수를 하기 위해 움직인다. “사랑? 그래, 기꺼이 사랑해 줄게. 그러니 더 즐겁게 춤춰 봐. 나의 복수가 너의 모든 걸 앗아갈 수 있게.” 아버지를 죽게 만든 그를.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그를. 딸을 방치하고 정서적 학대를 했던 그를. 지옥에 빠트리기로.

악당 아들이 내게 집착한다

도망쳤는데, 그들이 나를 찾는다. [악당이 내게 집착한다]라는 소설 속, 악당의 친엄마가 되었다.  착하고 순했던 아이의 감정을 앗아버리고 억지로 암흑의 힘을 주입하는 악녀 중의 악녀, 못돼먹은 엄마로. 제 뜻대로 자식을 컨트롤하려 했던 그런 쓰레기가 되었다. 못된 것은 못된 벌을 받는다는 말처럼, 결국 나는 그 암흑의 힘에 매료된 아들에 의해 죽게 될 예정이다. 그래서 죽지 않기 위해 도망쳤다. 어차피 내가 사라진 후, 소설 속 진짜 주인공인 새엄마와 그녀의 딸이 등장하니까. 이대로 완벽한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한 소문이 들려왔다. 남편과 아들이 나를 찾는다는 소문이. 그렇게 결국 돌아온 공작가.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도 애를 쓴 내게 닥친 건 남편과 아들의 지나친 집착일 뿐이었다. “엄마가 영원히 눈 안뜨고 옆에 있으면 좋겠다. 그냥 내 옆에 두고 싶다.” 아들은 그런 집착을 하질 않나. “내 마음이 답답하다. 그러니 나를 다시 사랑해 보도록 해.” 남편은 이상한 소리를 하며 내게 사랑을 강요하다가 정말 돌아버렸다. “너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그러니 나의 인내심이 남아 있는 동안 적당히 까불고 나를 사랑하도록.” 이게... 맞는 건가요?

죽었던 남편이 살아 돌아왔다

“어머. 제 남편이 죽지 않은 모양이에요. 그가 돌아왔으니, 이제 저도 제자리로 돌아가야죠. 정식적으로 이혼 서류를 마련해 주겠어요?” 시댁의 횡포. 갑질. 남편의 바람. 살아있으면서 죽었다고 거짓을 고한 남편. 그리고 그런 남편의 아이를 배서 온 여인.  총체적 난국인 집에 이혼을 통보했다. 그리고 남편이 다시 돌아오는 날, 정식으로 이혼을 통보했다. 복수를 위해.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뭐 하자는 거긴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니까. 이혼하자구요. 대신에 거짓말을 해서 다른 여자를 데려온 당신, 나한테 보상을 해줘야겠어.” “보상? 웃기는 소릴.” “대단한 건 아니에요. 혼자 살려 하니 영 손 가는 데가 많아서 말이죠. 당신이 데려온 노예들을 좀 내줘요.” 그 말에 남편이란 작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그에게 엿을 먹여가며 노예를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그 노예는 그냥 노예가 아니었다. 적국의 황태자와 그를 보위하는 자들. 난 그들을 이용해 먹을 거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내가 돌아왔어. 엘테리아.” 그저 구해준 것뿐인데, 잠시 집에 머물게 해준 것뿐인데 적국 황태자가 숨어버린 나를 찾아왔다. “이제는 그대가 내 노예가 되어줘.” 치명적인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