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물로 가득한 이상한 숲에서 슬라임으로 눈을 떴다. 로맨스판타지? 말도 안 되지. 생존판타지를 찍으면서 적응해 나가던 중에……. 숲에 인간이 떨어졌다. 꼬질꼬질하지만 귀족적인 옷차림에 미형인 얼굴. 사연 있는 과거와 착하고 곧은 심지. 이거 완전 판타지 주인공이잖아! 옆에 꼭 붙어 있다 보면 인간세계에서 호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눈에 불을 켜고 반려마물로서의 미래를 꿈꿨다. 순조롭게 같이 구르면서 전우애를 다졌다고 생각했는데. * * * 엘리야가 다른 사람 품에 얌전히 안겨 있는 나를 낚아채듯 빼앗아 왔다. “그렇게 안으면 안 돼.” ……? 너랑 똑같은데요. “낯을 많이 가리거든. 내 슬라임은 내 손을 가장 좋아해.” 엘리야의 예쁜 눈이 부드럽게 내 시야를 차단했다. “맞지? 너는 나밖에 없잖아.” 얘가 원래 이런 캐릭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