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홍시
귀찮은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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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비천한 것 하나만 전리품으로 가져가도록 하겠소.” 황제의 시선은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망설임 없이 엘제를 향했다.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던 그가 그녀를 잠시 눈에 담았다. ‘왜 하필, 그의 눈에 든 것일까.’ 그녀가 허탈하게 고개를 떨구려 했다. “그래, 숙이지 말고 날 봐.” 턱을 움켜쥔 황제의 손이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거친 손과 달리 그의 말투는 느긋하고 부드러웠다. “이제 내가 너의 주인이다. 엘제.” 톡톡- 눈꺼풀에 떨어지는 빗방울에 힘겹게 눈을 깜빡이자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눈덩이를 문질렀다.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다오.” 케르아노 제국과 타리스 왕국의 결투가 있던 날. 타리스 왕국의 하녀, 엘제는 포로가 되었다. “짐은 계책을 은밀하게 행하여 이 나라를 되찾으려 한다.” “그리고 그 계책의 시작은 너다.” 또한, 나라를 위한 왕의 계책이 되었다. “타리스 왕국은 이미 널 버렸고, 이제 내가 네 울타리야.” “널 지켜주는 울타리는 나라고.” 건조한 목소리에 엘제가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가 알려준 현실이 맞았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타리스 왕국의 인질로 있었다. 그녀는 제국으로 가야했고, 무사히 도착해 왕이 내린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어머니를 위해. 나라를 위해. “그 성질머리는 달라진 게 없군.” “온 세상을 뒤져 겨우 찾아놓으니 보여주는 모습이 죽겠다 시위하는 꼴이라니.” ‘겨우 찾았다니?’ 무언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었다. 그의 감정은 주인을 잘못 찾은 게 분명했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넌 모르겠지만, 난 평생 네게 닿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