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지
규지
평균평점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고?

에드워드 스펜서는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제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인 소피아 가비엘이 자신과 결혼할 거라고. 그러나 그 순진한 믿음은, 소피의 말 한마디에 그만 깨지고 말았다. “에드워드. 내 약혼식에는 참석해 줄 거지?” “……약혼식? 네가 누구랑 약혼을 하는데?“ 에드워드의 눈앞이 잠시 빙글 돌았다. 소피는 에드워드의 질문에 기분이 상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너도 아는 사람이야. 새들턴 가문의 차남 크리스토퍼.“ 크리스라고? 소피가 크리스와 약혼을 한다고? 지금 그게 무슨 말이지? 에드워드는 어안이 벙벙했다. “약혼은 이미 한 거지 뭐. 약혼식이 일주일 후고. 시부모님이 되실 분들과도 이미 인사를 마쳤는걸.” 약혼은 이미 한 것과 같다, ‘시부모님’에게 인사도 마쳤다. 에드워드는 그 충격적인 말에 눈을 크게 뜨고 소피의 동글동글한 얼굴을 쳐다봤다. 저도 모르게 입이 멍하니 벌어졌다. 그러면…… 나는? 우리가 나눈 약속은? 충격과 함께 엄청난 배신감이 에드워드를 덮쳤다. 그러나 소피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에드워드에게 물었다. 그가 좋아하던, 화사한 미소였다. “에드워드, 내 약혼식에 와서 축하해 줄 거지?”

남사친이 기억을 잃었다

- 비밀로 해 줄 테니까 우리에게만 말해 봐. 둘이 사귀는 거지? - 남녀 사이에 우정이 어딨어! 주위 사람들은 왜 자꾸 자신과 재원을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을 하는 걸까. 나린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말로 소중한 우정에 금이 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린에게 재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잘 맞는 최고의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 나는 다음 주에 소개팅하기로 했는걸! 내가 얘랑 그런 사이면 다른 사람이랑 소개팅하겠니? 나린이 소개팅을 받는다는 소리에 재원이 못 참고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나린아, 그러면 나는? 나는 어떻게 할 건데? - 뭐? 나린의 가슴이 철렁했다. 설마 재원은 지금처럼 친구로 지내는 게 싫은 걸까? - 너한테 나는 뭐야? - ……우리는 제일 친한 친구잖아? 나린의 대답에 재원은 숨이 막힌 표정으로 나린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 난 아니야, 나린아. 나한테 너는 그냥 친한 친구가 아니야. - 난 우리가 성별을 떠나 정말 좋은 친구 사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넌 아니었던 거야? 나린은 화가 났다. 재원을 잃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재원을 남자로 생각해 본 것도 아니었다. 재원과 어색한 사이가 되기 싫었던 나린은 재원의 고백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눈앞에서 재원이 차에 치여 버린다. - 누구야, 너. 그리고 병원에서 눈을 뜬 재원은 나린을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적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나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면 재원과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나린은 덜컥 겁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