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네이버 지상최대공모전 로맨스판타지 부문 우수상 수상작> “오늘은 오라버니가 양보하세요. 새언니는 저랑 같이 자기로 했단 말이에요!” “아나샤. 네 새언니는 내 아내다. 즉, 앞으로도 나와 함께 잠들 거란 말이지.” 오늘도 씩 웃으며 제 동생을 내려다보는 남편과 씩씩거리는 아가씨를 바라본 나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 * * 어느 날, 내게 혼담 하나가 들어왔다. 그 가문의 이름을 듣기 전까지는 분명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나와 결혼할지도 모르는 남자가 비참하게 죽는 소설 속 조연이란다. 게다가 그의 어린 동생은 꿈도 희망도 없는 피폐물 여주인공이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남매가 진창길만 밟게 된다니, 내가 좀 지켜 줘도 되겠지? 그래서 원작에선 일어나지 않던 일을 조금 욕심내 보기로 했다. * * * “흠, 앞으로 아나샤를 우리 층에 접근 금지해야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정말 몰라서 묻는 겁니까?” “…….” 오직 진실만을 담은 심연 같은 청안이 일레나를 집요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리도록 혹독한 북부의 중심에 선 남자가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말했잖습니까. 제가 원하는 건 허울뿐인 아내라고.” 잠에서 깨어났더니, 3년이 지나 있었다. 그것도 지독히 짝사랑했던 남자의 아내로.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돌아온 건 그의 능멸과 적대였다. “제가 바라는 건 하나입니다. 괜한 일을 벌이지 않는 것.” “그게… 정말 당신이 원하는 건가요?” “쥐도 새도 모르게. 당신이 가장 잘하는 거잖아.” 콘라드 아셰테르는 그녀를 증오한다. 그건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 * * 로이나가 제 아내라는 사실이 그저 끔찍하기만 했다. 더는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길 정도로. 하지만 그는 끝내 자각하고 말았다. “하필 이제야 깨닫는다니….” 남자의 입술 새로 얄팍한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자조의 웃음은 점점 절망적으로 변해 갔다. 그에게는 여전히 로이나 뷔르에티가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제 곁에 있기를 원치 않았다. 잔인하고도 혹독한 봄의 시작이었다.
암흑가의 수장인 서브 남주의 약혼녀가 되었다. 어차피 여주를 좋아할 테니, 파혼을 제안했을 뿐인데……. [속보] 발렌티노 소공작과 이네바셀 영애, 졸업과 동시에 혼인 예정! 잠에서 깨어나 보니, 결혼 속보가 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이제 봤어? 곧 결혼해, 우리.” 결혼은 무슨 얼어 죽을……. *** “여긴 후작저가 아니잖아.”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그를 흘겨보자, 악시온이 그윽한 목소리로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야 당연하지. 너와 내 신혼집이니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부쩍 가까워진 거리에 당황할 새도 없이, 그의 움푹 파인 한쪽 보조개가 선명해졌다.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 이블린.” “……!” “이대로 가둬 버리고 싶어졌거든.” 저기…… 우리 사이에 집착 키워드는 없었잖아?